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은 백치미 연기의 절정을 보여 준다. 한없이 망가져도 드라마에서 전지현이 하고 나오는 패션 아이템은 대부분 완판되고 있다. HB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전지현은 달랐다. 대략 내 주변 여성들 사이에선 ‘전지현이면 그럴 만도 하지’ 같은 반응이 많았다. 그가 동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전지현도 사람인지라, HDTV로 유심히 들여다보면 모공이나 팔자주름 같은 게 발견되긴 한다). 그보다는 전지현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감히 질투하기도 어려운 포스랄까. 아무리 수억 원을 들여 ‘의느님’의 힘을 빌리고, 몸 가꾸기에 평생 온 에너지를 쏟는다고 해도 전지현처럼 될 순 없을 거라는 체념과 그에서 비롯한 동경 같은 게 있다.
청순하거나 섹시한 여배우는 많지만 전지현처럼 두 가지 분위기를 모두 가진 배우는 드물다. 전지현이 아무리 망가지고 비속어를 남발한다 한들 저렴해 보이지 않는 데는(덕분에 CF가 끊기지 않는 데는) 그런 아우라 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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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전지현이 2012년 결혼과 함께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도둑 연기를 위해 줄타기도 하고(‘도둑들’) 북한 스파이의 아내 역(‘베를린’)을 맡아 절절한 연기도 했다. ‘전지현이 연기를 이렇게 잘했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전지현을 보면 결혼은 여배우의 무덤이 아닌 새로운 시장이라는 생각도 든다. 유부녀 전지현은 CF모델로서 백색가전과 주방용품까지, 커버하는 범위가 넓어졌다. 신체 접촉이나 노출이 지극히 제한적이던 과거 작품과 달리 요즘은 키스신도 자주 찍는다. 그 대상은 모두 김수현이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