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서울시내 판매점 가격 변동 확인해보니…
보조금 지급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2일 서울 시내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았다. 이곳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상품을 모두 취급해 3사의 보조금 동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기자는 판매점주 이모 씨의 협조를 얻어 새해 첫날 보조금 변동 내용을 직접 확인해 봤다.
그 결과 이동통신사들은 휴일이었던 1일 하루 동안 기기당 보조금 규모를 10차례 이상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한 곳이 보조금을 늘리면 한 시간도 안 돼 다른 곳이 바로 따라 올렸다. 일부 인기 기종은 반나절 동안 가격 변동 폭이 최대 29만 원에 이를 정도였다. 그에 따라 휴대전화 판매 가격도 계속 바뀌었다.
● 판매점주 “우리도 헷갈릴 정도”
그 결과 갤럭시노트 3에 대해 지급되는 보조금은 30만 원∼53만 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오전 11시 12분 A통신사가 보조금을 30만 원에서 37만 원으로 올리자 30여 분 뒤인 11시 40분에 B통신사가 보조금을 43만 원까지 인상했다. 오후 1시 30분경에는 A통신사가 다시 보조금을 53만 원으로 크게 올렸고, 이에 질세라 B통신사도 오후 3시 59분에 53만 원으로 따라 올렸다. 오후 4시 10분이 되자 A통신사는 보조금을 30만 원으로 확 내리며 ‘치킨게임’에서 먼저 손을 털었다. C통신사는 이날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30만 원대 보조금을 유지했다.
판매점주 이 씨는 “보조금 변경 공지는 각 이동통신사별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내려오는데 하루에도 10차례 이상 바뀌어 우리도 헷갈릴 정도”라며 “밤낮없이 경쟁이 치열한 업계라 오후 11시에도 공지가 온다”고 말했다.
● 소비자 권리는 ‘복불복’
보조금 정책이 짧게는 한 시간 단위로 오락가락하다 보니 같은 날 같은 판매점에서 같은 기기를 골라 같은 이동통신사에 가입해도 소비자들이 치르는 값은 제각각이다. 1일 이 가게를 기준으로 보면 어떤 소비자는 갤럭시노트 3를 남들보다 최대 23만 원 싸게, 혹은 비싸게 구입하게 된다.
이 씨는 “갤노트 3 단말기를 60만 원에 주겠다고 30분 넘게 설득해서 고객을 붙잡았는데 상담 중 보조금을 줄인다는 문자가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정말 죄송하다. 가격을 잘못 봤다’며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가격 흥정을 다 했는데 보조금을 더 주겠다는 공지가 오면 차액은 판매점주의 몫이 되기도 한다. ‘왜 어제 산 친구한테는 싸게 팔고 나한테는 비싸게 파냐’고 따지는 손님도 나온다. 그는 “이러다 보니 통신시장에 신뢰라는 게 없고 소비자들도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한 골목에서도 가게마다 휴대전화 판매 가격이 다 다르다”며 “방통위가 단속으로 보조금 구조를 바로잡겠다고 하지만 단말기 출고가격 자체가 인하되지 않고서는 보조금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