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후흑학/신동준 지음/360쪽·1만5000원/을유문화사
1912년경 처음 거론된 후흑학은 1980년 홍콩에서 복간본이 출간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후흑학은 마오쩌둥(毛澤東)이 탐독하고 문화대혁명을 일으켰다는 소문 덕분에 후대에 빛을 보게 됐다는 해석도 있다.
책은 리쭝우가 ‘후흑학’에서 대표적인 난세로 거론한 오월시대와 초한지 시대, 삼국시대, 근현대 가운데 초한지 시대에 초점을 두고 영웅 10명의 처세를 분석·평가하는 틀을 보여준다. 감정이 얼굴에 잘 보이고 속마음도 쉽게 들킨다는 ‘박백(薄白)’을 후흑의 대칭 개념으로 설정하고 면후심흑(面厚心黑), 면후심백(面厚心白), 면박심흑(面薄心黑), 면박심백(面薄心白)의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이 기준에 따라, 강한 자존심을 숨기지 못해 패한 항우를 면박심백이라 지적하고 두꺼운 얼굴과 검은 속내로 천하를 얻은 유방을 면후심흑으로 인정했다. 시비 붙은 상대방의 가랑이 밑을 기는 수모를 참았지만 유방의 심흑까지 이기지는 못한 한신을 면후심백이라 평했다. 항우의 책사로 심모원려의 계책을 지녔지만 뻔뻔하지 못해 항우에게 버림 받은 범증은 면박심흑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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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