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윤 한국국방연구원 박사
평화유지활동은 위험하고 복잡하다. 국경·비무장 지대 감시, 휴전협정 감시, 병력철수 감독, 비합법 무장단체에 해산 및 무기 회수와 같은 전통적 임무만 하는 게 아니다. 난민보호 및 재난구조, 지뢰 제거, 내전 대비 예방적 전개활동 등으로 임무 반경이 확대되고 있다.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도 커지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화유지활동을 확대해야 한다. 왜 그럴까.
하지만 필자는 병가(兵家)의 관점에서 그 필요성을 입증하고자 한다. 아무리 좋은 전법, 훌륭한 장비라도 현장에서 효과가 입증이 안 되면 효용이 없다는 가르침이 있다. 먼저 평화유지활동을 전투용·비전투용 장비를 두루 포함한 우리 방산장비의 성능실험을 통해 군의 전투력 향상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전투복과 야간 투시장비의 실용성에서부터 장갑차, 트럭 등 장비의 전투 기동성 및 방호(防護) 강도에 이르기까지 그 효과를 검증할 수 있다.
둘째,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서도 현장 경험은 매우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평시 교육 훈련을 통하여 얻은 지식을 실전에서 검증할 수 있으며, 실패를 통해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필요한 실전용 교리도 개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병국들 간의 업무적 교류 및 우호적 관계는 향후 한반도 유사시 관련국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공동 대응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국가 간 신뢰와 협력은 ‘말’이나 ‘글’의 약속보다는 전우애(戰友愛)를 함께 나누는 기회를 통해 담보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평화유지활동은 국익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유엔 평화유지활동은 물론, 다국적군이 함께하는 평화유지활동 파병 또한 보다 유연성 있게 다룰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기여를 다한 경우에야 유사시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평화유지활동(Robust PKO)’도 기꺼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군의 평화유지활동이 비전투 위주의 활동에 매이지 않도록 보완하려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국민의 깊은 이해와 지지가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