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땐 방송위원-KBS사장 장악… 이젠 “KBS이사회 여야동수” 주장상임위서 법안 300개 발목 잡아
장원재·산업부
1999년 12월 당시 여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는 방송위원회에 인허가 및 정책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권한이 커지는 방송위의 구성방식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였던 신기남 의원은 ‘방송위를 위원 9명으로 구성하되 대통령이 3명, 국회의장이 3명을 임명하고 나머지 3명은 국회 문광위가 2배수로 추천한 사람 중에서 대통령이 고르게 하자’는 법안을 제출했다. 한마디로 ‘여권이 방송위원 대다수를 임명할 테니 야권은 잠자코 있으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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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되는 KBS 사장 선임 방식에 대해서도 당시 여당은 ‘방송위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자’고 주장했다. 결국 정권 마음대로 하겠다는 얘기였다. 야당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해 방송위의 추천으로 11명의 이사회를 꾸리고 여기서 사장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 같은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최근 민주당이 내놓은 법안들을 보며 ‘여야가 바뀌었다고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느냐’라며 혀를 찬다.
현재 민주당은 KBS 사장을 뽑는 이사회를 여야 동수로 구성하자고 주장한다. 현행법으로는 KBS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 추천 5명, 야당 추천 5명, 노사 추천 2명 등 모두 12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사장을 뽑자는 법안을 제출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한 발 더 나가 “현재 여당 3명, 야당 2명으로 구성된 방송통신위원회도 여야 동수로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냈다.
이를 두고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KBS 사장 선임 방식은 영국 BBC, 일본 NHK 등 주요국 공영방송 사장 선임 절차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절차가 아니라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철학이라는 뜻이다. 유불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방침을 바꾸고 이를 무기로 민생법안 통과를 막는 것이 야당이 갈 길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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