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우치다 타츠루 지음/이수정 옮김/312쪽·1만5000원/갈라파고스
국내에선 ‘하류지향’이란 책으로 반향을 일으킨 일본 현대사상가 우치다 타츠루(內田樹·63)는 1970년대부터 레비나스 사상을 일본에 소개해 왔다. 이 책은 그런 그가 30년간 연구한 레비나스의 사상을 대중적으로 풀어 낸 3부작의 첫 권이다.
저자는 프랑스 철학자답게 난해하기로 유명한 레비나스의 책을 처음 접하고 ‘뭘 말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건 내가 읽지 않으면 안 될 거라는 건 절실히 알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마르크스도, 프로이트도, 니체도, 후설도, 바타유도, 사르트르도 ‘이런 걸 읽어 두지 않으면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읽고 이해할 수 없는 동안은 제대로 된 인간이 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의 책에 대해서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레비나스가 현상학을 제창한 후설과 하이데거의 제자였다는 점에 착안해 후설-메를로퐁티로 이어진 ‘인식론적 현상학’과 하이데거-사르트르로 이어지는 ‘존재론적 현상학’과 대별되는 ‘윤리학적 현상학’(사랑의 현상학)으로 레비나스 철학을 규정한 독창성도 돋보인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