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내 아내에 대하여’ 국내 출간라이어넬 슈라이버 e메일 인터뷰
총기난사 사건(‘케빈에 대하여’)이나 의료체계의 모순(‘내 아내에 대하여’) 같은 사회성 짙은 작품을 써 온 미국 작가 라이어넬 슈라이버. 차기작도 경제 붕괴를 다룬 소설이라고 했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슈라이버는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자) 아들을 둔 어머니의 독백 형식 소설 ‘케빈에 대하여’의 작가이기도 하다. 미국의 총기난사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동명의 영화로 제작돼 지난해 국내에서도 개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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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9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에서 작가는 두 장마다 한 번씩 주인공의 은행 잔액을 보여준다. 73만 달러에서 불과 1년 만에 3500달러로 급감하는 상황은 읽는 이의 등줄기를 서늘케 한다. “독자들이 공포를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물려받은 것 없이 평생 고생해서 일군 부, 은퇴 후의 삶을 위해 일군 부가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질 때 주인공이 느낄 고통과 공포를 독자들도 똑같이 느꼈으면 했지요.”
의료체계에 대한 생각만 놓고 보면 작가는 정부 개입을 지지하는 듯 보이지만, 정부 그 자체를 무조건적 선으로 보는 건 아니다. “주(州)정부는 납세자에게 도로나 가로등 같은 가시적 서비스라도 제공하지요. 그런데 엄청난 세금을 걷어가는 연방정부는 그 돈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침공 같은 데 쓰고 있어요.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요?”
셰퍼드는 결국 아내를 병원에서 퇴원시켜 외국의 휴양지에서 임종을 맞게 한다. 한국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한 말기 환자의 연명치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치료할 수도 없고 의미 있게 살아 있다고도 하기 힘든 환자를 무작정 숨만 붙어 있게 만드는 건 친절한 게 아닙니다. (환자나 가족의) 비용 부담도 직시해야 하지요. 미국식 표현을 쓰자면 ‘(생명유지 장치의) 플러그를 뽑는 것’을 더 쉽게 할 필요가 있어요. 무엇이 품위 있게 죽는 법인지 새로 익혀야 할 때입니다.”
이 작품은 미국 사회가 배경이지만 국내 독자들도 공감할 대목이 여럿이다. 늙은 아버지를 누가 모실지를 놓고 주인공과 여동생이 갈등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출산율이 매우 낮은 한국에서도 자녀들의 부모 세대 부양에 대한 압박이 점점 더해갈 겁니다. 저는 자녀가 없습니다만, 늙은 부모는 물론이고 직업이 없거나 독립할 형편이 못 되는 자녀까지 보살펴야 하는 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공감이 가는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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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