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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계에 될성부른 ‘떡잎커플’ 등장

입력 | 2013-12-19 03:00:00

아직 정식입단 안한 심현희-김태석 연말 UBC ‘호두까기인형’ 주역 맡아




정식 입단 전에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역을 맡은 김태석(왼쪽) 심현희.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발레계에 될성부른 ‘떡잎’이 나타났다. 프로 발레단에 정식 입단도 하기 전에 주역을 맡아 화려하게 등장한 심현희(21)와 김태석(23)이다. 이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선후배 사이로 지난달 프랑스 그라스 국제발레콩쿠르에 참가해 대상을 거머쥔 실력파들이다.

두 무용수는 연말 대표 레퍼토리인 유니버설발레단(UBC)의 ‘호두까기 인형’(20∼31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각각 클라라와 호두까기 왕자 역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다. 최근 서울 천호대로 UBC에서 이들을 만났다.

“학교에서는 기본에 충실하기를 바라는데, 프로 발레단에선 탄탄한 기본기는 당연한 얘기더군요. 요즘 호두까기 인형 연습을 하면서 스케치가 끝난 그림에 다채롭게 색칠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심현희)

“프로의 세계는 단단한 각오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스스로 미숙하다고 여겨 어머니께 제 공연을 잘 안 보여드렸어요. 이번에는 어머니와 친구들을 직접 초대했습니다. 책임감과 설렘을 동시에 느낍니다.”(김태석)

심현희는 무용원에서 콩쿠르에 출전하는 남자 무용수라면 누구나 탐내는 파트너였다. 기량을 100% 정확하게 선보이면서 풍성한 감성까지 적재적소에 드러낼 줄 아는 발레리나이기 때문이다. 김태석은 그라스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심현희에게 파트너가 돼 달라고 제안했다. 김태석은 184cm, 심현희는 164cm로 보기에도 딱 좋았다.

이 커플은 콩쿠르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었고 그 인연이 UBC 입단으로 이어졌다. 심현희는 내년 초 한예종을 졸업한 뒤 발레단에 입단하고, 김태석은 2015년 학업을 마친 뒤 입단하기로 했다. UBC는 “잘 맞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발레의 관건인데, 둘은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기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호두까기 인형이 왕자로 변신하고, 어른이 된 클라라가 눈 쌓인 숲 속에서 추는 ‘스노 파드되’. 심현희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아련한 장면”이라고 했다. “5분짜리 스노 파드되를 선배들은 여유 있고 편하게 마치는데 저희는 동작에 신경 쓰느라 허덕이고 숨이 차는 걸 보고 ‘아,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 태산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김)

심현희는 언젠가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역으로, 김태석은 ‘지젤’의 알브레히트로 무대에 서는 날을 꿈꾼다. 이들은 “맡은 역할을 즐기고, 그 역할의 희로애락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할 수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22일 오후 2시. 1만∼10만 원. 070-7124-1797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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