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한화케미칼-태광산업… 10년째 이웃끼리 폐열 거래
10일 울산 남구 여천동 태광산업 석유화학1공장에서 발생한 폐열(스팀)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한화케미칼로 이동하고 있다(왼쪽 사진). 한화케미칼 관계자들이 공급 되는 스팀의 양과 압력 및 온도를 확인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제공
박현수 한화케미칼 기술관리팀 매니저는 “태광산업은 버려지는 열을 팔아 수익을 얻고, 우리는 열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줄어 서로 윈-윈이다”라고 말했다.
○ 우려 딛고 10년 동행
한화케미칼은 2공장의 폴리염화비닐(PVC) 제조에 필요한 에너지를 기존에는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얻었으나 태광산업에서 폐열을 확보한 뒤 이로 대체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절감한 비용만 8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두 회사가 처음 계약을 할 때는 MVR의 기술적 안정성을 놓고 갑론을박을 하기도 했다. 계약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증기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증기 공급 가격에 대한 두 회사 간 입장 차도 컸다. 그러나 두 회사는 계약이 무산될 뻔한 위기를 여러 차례 넘긴 끝에 계약을 체결했다. 증기 재활용으로 얻는 탄소 절감 효과도 양사가 절반씩 갖기로 했다. 김익기 한화케미칼 CA생산팀 부장은 “2004년 5월 27일 배관 개통식을 앞두고 설비가 제대로 작동할지 걱정돼 밤을 꼬박 새웠다”며 “여러 우려를 불식시키며 두 회사는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에너지난에 폐열 거래 확산
최근 석유화학 기업들 사이에서 ‘폐열 거래’가 확산되고 있다. 한화케미칼 1공장은 올해 2월부터 롯데케미칼에서 시간당 15t의 증기를 공급받고 있다. 한화케미칼 3공장은 반대로 시간당 25t의 고압 증기를 SKC에 판매하고 있다. 삼성석유화학, 한국알콜, SK에너지, SK케미칼, 애경유화 등도 폐열 거래에 나섰다.
전기요금 인상 등 에너지 비용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게 폐열 거래가 확산되는 주요인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달 6.4% 인상을 포함해 2011년 8월 이후 33.0%나 올랐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일부 공정의 경우 에너지 비용이 원가의 60%를 차지하기도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대형 석유화학업체의 전기요금은 연간 200억∼300억 원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울산=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