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클럽 잔혹사/이시백 지음/320쪽·1만2000원/실천문학사
소설의 주인공은 출판사에서 일하는 50대 남성 영탁. 사장파와 노조파로 갈린 회사에서 둘 중 한쪽 편을 들어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골치 아픈 그는 어느 날 고교 시절 서클인 사자클럽 회원들의 연락을 받는다. 모교 설립 100주년을 맞아 사자클럽 40년사를 집필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는 늘 ‘올백’을 맞다가 중학교 입시에서 딱 한 문제 틀리는 바람에 포효하는 사자를 심벌로 삼은 서울의 한 중고교에 진학한 뒤 선배들의 강요에 못 이겨 ‘국가에 애국하고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애국단체’ 사자클럽의 멤버가 된다.
소설은 현실 순응적인 영탁의 비루한 현재와 30여 년 전 사자클럽 회원들에 대한 영탁의 회상을 번갈아 보여 준다. 꿈과 낭만이 넘치던 말더듬이 소년 영탁이 폭력과 억압의 시대를 거치며 어떻게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으로 길러졌는지 독자들의 눈앞에 펼쳐진다. 비틀스의 ‘헤이 주드’를 즐겨 듣던 소년이 책가방에 도끼를 넣고 다니는 양아치로, 다시 운동권 학생의 동향을 경찰에게 알리는 대학생 프락치로 전락하는 과정은 7080세대가 지나온 삶에 드리운 짙은 그늘을 상징한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