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입단식… 2년 93억원 사인 “삼성 우승 못했으면 해외 못 갈뻔… 이 악문 KS 7차전 가장 생각나”
“안녕하세요. 한신 타이거즈 투수 오승환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다 내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의 명문팀 한신에서 뛰게 된 오승환(31·전 삼성)이 4일 서울에서 정식 계약서에 사인했다. 계약조건은 2년간 최대 9억 엔(약 93억 원).
그런데 자칫했으면 오승환은 내년에도 삼성에서 뛸 뻔했다. 이날 조인식에 참석했던 송삼봉 삼성 단장은 오승환의 계약과 관련된 흥미로운 뒷얘기를 들려줬다. 오승환이 한 해 전 이미 해외 진출을 타진했고, 당시 송 단장은 “우리가 한국시리즈 3연패에 성공하면 외국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던 것. 송 단장은 “1승 3패로 몰린 올해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오승환에게 ‘이러다 외국 못 가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그랬더니 승환이가 ‘아닙니다. 우리가 무조건 이깁니다’라고 하더라. 그리고 정말 기적처럼 내리 3연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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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더라도 오승환을 보내줬겠냐’라는 질문에 송 단장은 “정말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승환이와 정말 많은 대화와 협상을 하지 않았겠냐”라고 답했다.
내년 시즌부터 한신의 전 마무리 후지카와 규지(시카고 컵스)의 등번호인 22번을 달게 되는 오승환은 “한국에서 해 온 대로 매 경기 공 하나하나 집중해서 던진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는 분에 넘치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본에서도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한신의 우승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후지카와 등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46개) 경신에 대한 질문에는 “내가 그 기록을 깬다는 것은 팀 성적도 그만큼 좋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팬들도 많이 좋아해 주실 것 같다”고 답했다. 오승환은 10일 일본 오사카로 출국해 13일 현지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