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투견도박장에서 싸우고 있는 핏불테리어. 한 마리가 죽거나 죽기 직전까지 싸움을 시켰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윤재필)는 도박 개장자 라모 씨(44) 등 9명을 형법상 도박개장 및 도박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견주 등 도박 개장 가담자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도박 참가자와 일부 견주 등 11명은 약식 기소하고 도박 개장자이자 신OB동재파 조직원 이모 씨 등 8명은 지명수배했다.
핏불테리어는 미국 해병대의 마스코트로, 한번 상대를 물면 절대 놓지 않는 근성으로 유명하다. 도박 개장자들은 주로 핏불테리어 인터넷 동호회나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들을 은밀하게 끌어들였다.
단속을 피하려고 역할을 철저히 분담했다. 투견 도박을 개장하는 프로모터, 판돈을 관리하고 승패에 따라 나눠주는 수금원, 승패를 판단하는 심판과 보조하는 부심, 추가 베팅을 유인하는 매치, 견주, 주변을 감시하는 망꾼 등. 이들은 대부분 가명과 대포 휴대전화를 이용했다. 지역별 프로모터끼리 형성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기 강원 충청 일대 지역을 옮겨가며 도박장을 열었다. 장소는 개장 직전까지 수시로 바꿨고 참가자들에게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 도주하기 쉽도록 야산에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4, 5시까지 했다.
도박은 두 가지 형태였다. 프로모터가 복수의 견주를 모집해 수십∼수백 명의 참가자를 모집하는 ‘현장게임’과 견주로부터 투견 체중과 판돈 규모에 대한 조건을 받고 상대 견주를 물색한 뒤 소수의 참가자만 모집하는 ‘계약게임’이었다. 판돈의 10%는 개장자가 갖고 90%는 승리한 개의 주인이나 베팅한 참가자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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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평균 30분 정도로 한 마리가 죽거나 죽기 직전까지 계속됐다. 검찰은 도박 개장자와 견주들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영국의 불도그와 테리어를 교배해 만든 투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개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운동선수 같은 근육질의 몸매,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력과 강한 힘, 목표물에 대한 높은 집중력 때문에 오랫동안 투견으로 길러져 왔다. 하지만 주인에 대해서는 애교가 넘치고 보호 본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