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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성미]12월의 시간여행

입력 | 2013-12-02 03:00:00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1963년 11월 22일의 미국 댈러스로 갈 수 있다면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존 F 케네디의 암살을 막을 수 있을까. 제이크 에핑은 동네 음식점 창고에 1958년으로 이동하는 비밀 입구가 있음을 알게 되고 음식점 주인의 권유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임무는 5년간의 준비를 거쳐 케네디 암살을 막는 것. 그를 살려내면 린든 B 존슨이 후임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베트남전쟁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 세계는 지금보다 평화로워졌을 것이란 희망에서다. 미국 작가 스티븐 킹의 소설 ‘11/22/63’은 이런 상상으로 시작한다.

▷시간여행은 ‘백 투 더 퓨처’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의 단골 소재였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로 유명한 감독 겸 시나리오작가 리처드 커티스는 5일 개봉하는 영화 ‘어바웃 타임’에 유쾌한 시간여행을 담았다. ‘연애 못하는 남자’ 팀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로부터 집안 남자들 모두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는 비밀을 듣는다. 놓친 사랑을 되찾기 위해 시간을 돌려 고군분투하는 팀의 모습이 귀엽다.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많은 과학자들이 다양한 이론을 내놨지만 아직은 불가능하다.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올해 출간한 자서전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에서 ‘할아버지 역설’을 소개했다. 당신이 과거로 돌아가 당신의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낳기 전에 할아버지를 죽인다면 당신은 현재 존재할 수 없다. 존재하지 않는 당신이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죽일 수도 없다. 호킹은 말한다. “설령 미래에 어떤 다른 이론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시간여행은 영원히 불가능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언젠가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지금 우리 곁에는 미래에서 온 관광객들이 넘쳐날 것이다.”

▷벌써 12월. 흘러간 시간을 탓하기 쉬운 달이다. 2013년 1월 1일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지난 1년을 더 알차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과거를 되돌릴 순 없지만 지금 이 순간과 미래는 뭔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 고맙게도 2014년 1월 1일이 다가온다.

신성미 문화부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