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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특구 창조씨앗 뿌린지 40년…

입력 | 2013-11-29 03:00:00

ETRI 연구원들이 말하는 ‘창조’… CDMA-4G 와이브로 기술 등
기술혁신-상용화로 경제효과… “첨단기술 연구가 미래 책임져”




27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기철 전 소장, 구본기 부장, 김은희 연구원(왼쪽부터)이 ETRI 연구동 앞 첨단 미디어 첨성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전=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기술 국산화의 상징으로 현대자동차 ‘포니’만 기억하는 분이 많은데 만일 대덕에서 전자식 전화교환기 ‘TDX-1’을 만들지 못했다면 오늘의 스마트폰 강국이 가능했을까요.”

27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만난 한기철 전 ETRI 이동통신연구소장(61·현 책임연구원)은 ETRI가 시작한 통신 분야 기술 독립 노력이 한국을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1976년 통신 분야 기술 자립을 목표로 설립된 ETRI는 1986년 세계 8번째로 TDX 전화교환기를 개발했다. 여기서 얻은 자신감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CDMA(1995년)와 IMT-2000(1999년)에 이어 4세대(4G) 와이브로(2004년)까지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다. 29일은 대덕특구를 착공한 지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1973년 1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첫 삽을 뜬 대덕특구는 우리나라 기술 독립과 경제 발전의 상징이다. 현재 30여 개 정부출연연구기관과 6만5000여 명의 과학기술 인재가 모여 있다.

1977년 공채 1기로 들어와 내년에 정년퇴임하는 한 전 소장은 ETRI의 역사와 함께한 인물이다. 그는 “서울 남산 부근에 있던 ETRI의 전신인 전파연구소에서 외국산 장비를 뜯어보며 기술을 배우다 1983년 연구소가 대덕으로 옮긴 뒤 기술 독립에 노력한 결과 세계 통신의 역사를 바꿔냈다”고 회고했다. 무엇보다 1970년대 아파트 한 채 값에 거래되던 유선 전화기를 전 국민의 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게 한 통신혁명이 대덕특구의 최대 성과라고 자부했다.

한 전 소장을 포함한 ETRI 1세대들은 기술 혁신이 곧 창조경제라고 말했다. 실제 ETRI의 신기술은 우리나라에 약 170조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온 것으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추산했다. 한 전 소장은 “오늘의 통신 강국은 인재를 끌어들이고 첨단 기술에 투자한 결과”라면서도 “현 정부가 신기술 투자에 소극적인 점은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ETRI 2세대인 구본기 영상콘텐츠연구부장(44)은 3차원(3D) 디지털 영상기술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다. 17년째 대덕특구에서 일하며 180여 개의 특허를 확보했다. 1세대가 개발한 기술을 표준화해 세계로 확산시키는 일을 맡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입사한 막내이자 3세대를 대표하는 김은희 연구원(30)은 대덕특구의 한 가족인 KAIST 출신 여성 과학자다. 현재는 사물인터넷에 활용되는 미래 통신기술에 매진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창업 분야 기술 지원에도 관심이 많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창조경제를 보는 관점은 조금씩 달랐지만 이들 ETRI 3세대는 “이공계 기피 현상 속에서도 결국은 ETRI 같은 첨단 기술 연구집단이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전=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