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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종북발언 신부들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

입력 | 2013-11-25 03:00:00

천주교 일부 사제들 北도발 옹호-대선불복 미사 파문




대학생단체, 정의구현사제단 규탄시위 대학생들이 24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 자리에는 대학생 시사잡지 ‘바이트’,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 등 보수 성향 대학생 단체들이 참여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박창신 원로신부가 22일 “(서해) NLL(북방한계선)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이에요” “종북주의자가 적입니까”라고 외치자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다음 날 “그 사람들의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스럽다”고 맞받았다. 종교단체와의 대립각에 부담을 느끼던 청와대와 여당이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미사 때 나온 일부 신부들의 발언이 여론과 동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강한 반격에 나섰다.

○ 與, “지방선거 겨냥한 야권의 조직적 움직임”

야권이 일부 신부들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흠집 내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게 여권이 긴장하며 반격하는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일부 목사들이 동참의 뜻을 밝혔고, 22일 미사 전후로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씨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작가 공지영 씨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통해 이들에게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는 데 여권은 주목하고 있다. 김 씨는 트위터에 “이 정권은 불법 정권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하긴 그 애비도 불법으로 집권했으니. 애비나 딸이나”라고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24일 “정의구현사제단의 일부는 ‘종북구현사제단’에 가깝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며 “민주당이 대선 불복에 대한 마음이 굴뚝같지만 국민적 역풍이 두려워 직접 하지 못하고 일탈된 사제들의 입을 빌려 대선 불복을 하려는 것이라면 국민의 준엄한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승민 국방위원장은 “가톨릭계에서 종북 신부들을 척결하는 자정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야 한다”며 박 신부를 규탄하는 결의안 채택을 제안했다. 새누리당 내 군 장성 출신 의원들은 “사제 신분을 악용해 대한민국의 안보를 흔드는 것은 누구를 도우려고 하는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의 발언을 북한과 연결지었다.

○ 연평도 포격 유족들, “하필 3주기 전날에…”

“23일은 아들이 전사한 지 3년째 되던 날인데 평생 아들을 잃은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부모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지….”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순직한 해병대원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부모들은 박 신부의 연평도 포격 발언에 말을 잇지 못했다.

서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 씨(53)는 23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도발 3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한 뒤 귀가하던 길에 본보 기자와 통화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 씨는 “연평도 등 대한민국 영토에서 우리 군인들이 훈련을 하는 게 뭐가 잘못된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박 신부의 발언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희생된 사람들에게 해선 안 될 말이었다”며 울먹였다. 문 일병의 아버지 문영조 씨(50)는 “박 신부가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장병들을 위해 애도 기도를 한 번이라도 해줬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 영토인 연평도에 북한이 포격 도발을 해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인가”라며 “박 신부가 연평도 성당에서 현지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안보 상황을 직접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입장자료를 내 “최근 일부 단체의 발언은 북한의 도발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국가 안보의식 및 군의 사기를 저하시킴은 물론, 우리 국민의 NLL 수호 의지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한 장병과 국민 희생자, 그리고 유가족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비이성적인 행위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우파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반발했고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침묵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 150여 명은 24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제단의 해산을 요구하며 “(사제단은) 김정은교의 하수인이자 또 다른 RO(혁명 조직)”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국자유총연맹과 바른사회시민회의도 논평을 내 사제단을 비판했다.

동정민 ditto@donga.com / 광주=이형주 / 이은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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