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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총리, 리비아 영웅 아들에 절까지 하며 사죄

입력 | 2013-11-19 03:00:00

전문가 “日과거청산, 伊에 배워라”
식민지배때 가져간 비너스상 반환… 군사협력 조약 맺고 50억달러 배상




일부 일본인은 주변국가들의 과거사 청산 요구에 대해 “언제까지 우리를 과거에 옭아매려 하느냐”는 식의 적반하장 반응마저 보인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리비아 식민역사 청산 사례를 보면 일본이 아직도 부족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다수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리비아는 1911∼1943년 이탈리아의 식민통치 아래 있었다. 일본의 한반도 강점시기(1910∼1945년)와 거의 비슷하다. 무솔리니 이탈리아 군대가 연합군에 패퇴하면서 식민지배가 끝났다는 점도 유사하다. 이후 리비아는 왕정과 군사 쿠데타로 서방과 관계가 단절됐다가 해방 65년째 되던 해(2008년)에 과거사 청산 기회를 맞았다. 그해 8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당시 이탈리아 총리는 ‘리비아-이탈리아 우호협력조약’에 서명하면서 “이탈리아는 식민기간 중 리비아 국민들을 상대로 한 억압, 살인, 파괴행위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 국민의 이름으로, 정부 수반으로서 사과한다”고 책임의 범위도 명확히 했다. 이탈리아 식민지배에 저항한 리비아의 영웅 오마르 무크타르의 아들에게는 서명식에 초대해 절을 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베를루스코니는 법적인 사과와 함께 정서적인 감정 치유까지 한 셈이다.

당시 특히 주목받은 것은 서명식에 맞춰 이탈리아 총리가 리비아 벵가지에 가져온 물건이었다. 그는 식민지 기간에 이탈리아로 강제로 가져갔던 비너스 상(the Venus of Cyrene)을 이날 리비아에 돌려주었다. 비록 전년도에 이탈리아 행정법원이 리비아에 반환하라고 판시하긴 했지만 총리가 직접 이를 실행함으로써 판결을 전적으로 수용한다는 정치적 무게감을 담았다. 지금도 한반도 문화재의 반출 시기와 약탈 여부를 놓고 법리논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과 완연히 다른 태도다.

이런 진정성을 바탕으로 리비아-이탈리아는 합동훈련을 비롯한 군사분야 협력까지 양국 조약 23조에 명시했다. 한일 간에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이날 이탈리아는 리비아에 50억 달러(약 5조3000억 원)를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비록 조약에서 ‘손해배상(reparation)’으로 명기하지는 않았지만 공식 사죄가 있었던 만큼 돈의 성격은 명확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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