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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후 지지율 최저 오바마… ‘칼럼니스트 정치’에 빠지다

입력 | 2013-11-04 03:00:00

月 2회 우호적 칼럼니스트 백악관 불러 정책 홍보




연방정부 잠정폐쇄(셧다운)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달 중순 미국 백악관에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의 유명 칼럼니스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장소는 대통령 집무실 건너편에 있는 루스벨트룸.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은 7, 8명의 칼럼니스트와 목조 테이블에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며 오프더레코드(비보도 원칙)를 전제로 셧다운 사태를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화당의 존 베이너 의장이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다음 날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참석자들의 칼럼을 통해 고스란히 보도됐다. 비공개 발언이 공개됐지만 백악관은 항의하지 않았다. 사실상 공개되기를 희망하면서 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국가안보국(NSA) 도청 사태, 건강보험 사이트 부실, 이민법과 총기 규제 개혁 부진 등 총체적 곤경에 빠진 오바마 대통령이 ‘칼럼니스트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사회 의견 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칼럼니스트들을 월평균 2회씩 백악관으로 초대해 만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3회나 회동했다. 외교안보 분야는 NYT의 토머스 프리드먼, WP의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 블룸버그뉴스의 제프리 골드버그 등이 단골 참석자다. 국내 현안은 NYT의 데이비드 브룩스, WP의 에즈라 클라인 등이 자주 참석한다.

1일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 회동에는 오바마 정책에 우호적인 칼럼을 쓰는 칼럼니스트들이 주로 초청된다. 폭스뉴스의 찰스 크라우트해머, 월스트리트저널의 폴 지고 등 오바마 정책에 비판적인 칼럼니스트도 초청되지만 매우 드물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칼럼니스트와의 회동 목적을 심층적인 정책 토론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라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워싱턴에서는 “외교 문제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을 알고 싶으면 이그네이셔스의 칼럼을 읽어라”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담당 기자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고 기자회견도 드물게 하는 것으로 꼽힌다. 반면 칼럼니스트들과 친한 것은 하버드대 법대 출신으로 논리적 토론을 즐기는 오바마 대통령의 성향 때문이다. 또 사건을 단편적으로 보도하는 기자보다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는 칼럼니스트를 통해 자신의 정책을 널리 알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보좌관들에게 “요즘 영향력 있는 칼럼니스트가 누구냐”고 묻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칼럼니스트들 사이에서는 오바마 회동 참석 기회를 ‘영향력’의 기준으로 삼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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