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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어둠의 사회, 난 빛나는 꿈을 꾼다”

입력 | 2013-11-02 03:00:00

◇7구역 소년
샐리 가드너 지음/줄리안 크라우치 그림/최현빈 옮김/328쪽·1만2000원·다른




마더랜드에서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된 7구역은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었다. 집구석에는 쥐가 돌아다녔다. 몰래 텔레비전을 고쳐 쓰거나 뒷마당에서 암탉을 기르는 것은 모두 금지된 일이었다. 감춰 둔 귀중품으로 암시장에서 끼니를 때울 음식을 구했고, 긴 바지나 설탕 따위를 얻으려고 이웃을 거짓으로 밀고했다. 아이를 여덟 이상 낳은 부부는 싸구려 크롬 시계를 받았다.

광포한 폭력과 일상적인 감시가 횡행하는 7구역에서 소년 스탠디시는 되도록 멍청한 표정을 지으려고 했다. 그는 따돌림의 대상이었다. 양쪽 눈의 색깔이 다른 데다 심각한 난독증이 있어 “머리가 없다”는 놀림을 받았다. 다리 기형 같은 ‘결점’이 있는 아이들은 더 멀리 있는 다른 학교로 보내졌다. 아이들은 약한 친구들을 재미삼아 두들겨 팼다.

그곳에서는 하루아침에 누군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아무도 이유는 몰랐다. 감히 묻는 사람도 없었다. 스탠디시의 엄마와 아빠가 어느 날 사라졌다. 친구 헥터의 가족도 없어졌다. 헥터는 숨 막힐 듯한 전체주의 사회에서 스탠디시에게 손을 내민 유일한 친구였다.

아무 생각 없는 듯 행동했던 스탠디시는 헥터가 사라진 뒤 변하기 시작한다. ‘사라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으려고 한다. 가진 힘이 미약하지만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용기를 낸다. “어둠의 통제사회. 사람들은 노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빛나는 꿈을 꾼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소설 속 현실은 어둡고 절망적이다. 때로 우리 사회의 음지를 들춰 보는 듯도 하다. 하지만 스탠디시와 헥터 두 소년이 보여 주는 우정, 거짓과 폭력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열정은 작은 희망의 꽃을 피워 낸다. 엇비슷한 소재를 다룬 소설이 줄을 선 국내 어린이·청소년 책 시장에서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