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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클 두산 “KS우승 1승 남았다”

입력 | 2013-10-29 03:00:00

두산 베테랑 이재우 8K 삼진쇼… 삼성 2대1로 꺾어




준플레이오프 제도가 도입된 1989년 이후 지난해까지 정규시즌 4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확률로 따지면 0%다.

그렇지만 ‘미러클’(기적)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두산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두산이 사상 최초 정규시즌 4위 팀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기적을 눈앞에 두게 됐다.

두산은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선발 투수 이재우의 눈부신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에 힘입어 삼성을 2-1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만든 두산은 1승만 더하면 2001년 이후 12년 만에 챔피언 자리에 오르게 된다.

두산은 이미 2001년 한 차례 기적을 일으킨 바 있다. 그해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한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를, 플레이오프에서 현대를 이긴 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을 4승 2패로 꺾었다. 그때부터 ‘미러클 두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로 앞선 팀(1982년 3승 1무 1패 포함)은 어김없이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확률적으로는 100%다.

이날 선발 투수의 무게감에서는 삼성이 앞섰다. 두 차례의 팔꿈치 수술을 거쳐 재활에 성공한 이재우는 시즌 5승에 그쳤지만 삼성 선발 배영수는 올해 14승을 올리며 세든(SK)과 함께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하지만 두산 타선은 1회부터 배영수를 세차게 몰아붙였다. 1사 후 정수빈이 1루수 앞 번트 안타로 출루한 것이 시작이었다. 후속 김현수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 2루 찬스에서 4번 타자 최준석이 왼쪽 펜스를 때리는 2루타를 쳐내며 간단히 선취점을 뽑았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는 양의지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3루 주자 김현수가 홈을 밟아 한 점을 더 달아났다.

경기 초반 2점의 리드는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점수차였지만 이재우의 깜짝 호투는 두산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재우는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이 143km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스트라이크 존 내 외곽을 찌르는 정교한 제구력으로 막강 삼성 타선을 5이닝 동안 2안타 3볼넷 8삼진 무실점으로 꽁꽁 틀어막았다. 2회 2사 1, 3루에서 이지영을 삼진으로 잡아냈고, 3회 2사 만루에서는 박석민을 삼진 처리하는 등 고비마다 빼어난 탈삼진 능력을 뽐냈다. 5회 정병곤-배영섭-김태완 등 3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운 것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이재우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삼성은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정현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추격했지만 2사 2, 3루에서 진갑용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승부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2005년 10월 18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 이후 잠실구장에서 치른 모든 한국시리즈 경기에서 패했던 두산은 길었던 잠실구장 한국시리즈 9연패의 늪에서도 벗어났다. 양 팀의 5차전은 29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 양팀 감독의 말 ▼

▽김진욱 두산 감독


야수가 부족한 상황이라 경기 전부터 걱정을 많이 했는데 허경민이 잘해 줬다. 선발 이재우도 훈련할 때 악소리가 나게 던지는 걸 봤다. 정말 독하게 마음먹고 던져줬다. 3차전에서 지고 나서 선수들의 마음이 하나가 됐다. 5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기 위해 총력전에 나설 것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

초반부터 밀리면 안 될 것 같아 차우찬을 빨리 투입했다. 잘 던졌지만 타선이 불발이었다. 9회 마지막 찬스를 살리지 못해 아쉽다. 높은 볼에 방망이가 나갔다. 5차전 타순은 조금 다른 카드를 꺼낼 것이다. 총력전을 펼쳐 대구에서 6, 7차전을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이헌재 uni@donga.com·황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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