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그래비티-퍼시픽림 뒤엔 멕시코 출신 쿠아론-델 토로‘컨저링’은 말련의 제임스 완, 대만 리안은 오스카상 4관왕“미국적 소재론 세계공략 한계” 사령탑-콘텐츠 국적 불문 수입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는 우주 공간에서 조난당한 한 우주인을 통해 인간의 존재적 한계와 외계 세계에 대한 환상에 대해 웅변한다. 워너브러더스 제공
22일까지 100만 관객을 모은 ‘그래비티’에 대해 관객과 평단은 “신선한 공상과학(SF) 블록버스터의 탄생”이라고 반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에 빗대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찬사도 나온다.
이 영화는 기존 할리우드 우주 영화와 달리 외계인과의 전투 장면이나 화려한 우주선이 안 나온다. 하지만 3차원(3D) 기술을 활용해 마치 우주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실재감을 주면서 뛰어난 상상력, 선택과 집중이 돋보인 연출력으로 호평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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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공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160만 관객을 모은 ‘컨저링’은 말레이시아 출신 제임스 완 감독의 작품이다. 서양 공포영화의 단골인 좀비 대신 동양의 귀신이 나오는 ‘컨저링’은 미국에서도 R등급(한국의 ‘청소년관람불가’에 해당) 공포영화의 개봉 첫 주말 흥행 기록을 갈아 치웠다.
‘2012’ ‘인디펜던스데이’의 독일 출신 롤란트 에머리히 감독은 올여름 ‘화이트 하우스 다운’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대만 출신 리안 감독은 인도풍의 ‘라이프 오브 파이’로 올해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휩쓸었다.
할리우드에서 외국인 감독의 강세는 2008년 미국 경제위기와 관련이 있다.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들은 제작 여건이 어려워지고 미국 시장의 규모도 줄어들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미국적인 소재만으로는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제작사들은 각국의 문화 콘텐츠를 소재로 채택하고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다. 영화 산업에도 ‘글로컬리제이션’(세계화+현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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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은 애니메이션으로도 퍼져가고 있다. 중국 무술을 다룬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쿵푸팬더3’(내년 개봉)는 재미동포 여인영 감독이 연출한다. 20세기폭스는 내년 멕시코 출신 호르헤 구티에레스 감독이 연출하고 멕시코의 설화를 다룬 ‘북 오브 라이프’를 선보인다. 할리우드 주류 가족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죽음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