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군 양성 조선 훈련도감 터, 일제강점뒤 운동장으로
옛 동대문운동장 터에서 발굴한 서울성곽의 모습(왼쪽 위). 조선시대 하도감터(오른쪽 위부터 시계 방향)였던 이곳은 일제강점기 경성운동장이 지어진 뒤 서울운동장, 동대문운동장으로 모습을 바꾸며 한국 스포츠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시 제공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는 본래 조선시대 훈련도감의 분원인 하도감(下都監)이 있던 곳이다. 훈련도감은 지금의 수도방위사령부이며, 하도감은 왕의 시위대를 운영하고 어릴 때부터 군사훈련을 받은 정예군인 별기군을 양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1907년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되고 군사시설이 빈 터로 변하자 일제는 1925년 이곳에 경성운동장을 지었다. 외적을 막기 위해 군사 훈련을 하던 자리를 ‘놀이터’로 만들었으니 의도가 참으로 불순하다. 광복 이후 이곳은 우리나라 스포츠의 본거지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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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과 함께 울고 웃었던 동대문운동장은 마지막 순간 뜻밖의 선물을 남겼다. 운동장을 헐자 그 밑바닥에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사라졌던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나타난 것. 도심 내에선 완전히 없어진 것으로 알았던 서울성곽, 남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을 성 바깥쪽으로 내보내기 위한 두 칸짜리 수문인 이간수문, 문헌으로만 알려졌던 치성(雉城·성벽의 바깥으로 덧붙여서 쌓은 벽) 등이 발견됐다.
지금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 가면 동대문운동장의 기억을 잠시나마 되새길 수 있다. 공원 내 동대문운동장기념관에는 경성운동장 시절부터 이어진 운동장의 모습은 물론이고 운동장을 거쳐 간 수많은 체육인들, 과거 다양한 행사와 마지막 풍물시장 모습까지 이곳에 얽힌 수많은 삶들을 엿볼 수 있다.
동대문역사관에는 또 조선백자, 분청사기 등을 포함해 운동장 터에서 발굴된 생활 유물 1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야외에 조성된 유구전시장에서는 하도감의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다음 달 10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야외무대에서 전통무예 창작 이야기극 ‘하도감 이생전’을 무료로 선보인다. 주인공 이생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동대문 지역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으며 조선 후기의 무예훈련 교범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기술된 전통무예 동작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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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