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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소에 볕 든다

입력 | 2013-10-18 03:00:00

주차장에도… 정수장에도… 폐도로에도…




전남 영암군 F1 국제경기장 주차장. 서부발전 제공

《 “흐르는 물소리밖에 들리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전기가 생산되고 있어요. 정수장 상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게 해준 서울시는 임대료를 벌어서 좋고, 우리는 발전을 할 수 있어 ‘윈윈’입니다.”

16일 오전 서울 강동구 암사동 암사태양광발전소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1만9700여 개가 햇빛을 모으고 있었다. 발전소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보이는 건 정수시설과 길게 늘어선 태양광 패널뿐이었다. 발전소가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제1정수장 여과지 상부와 제2정수장 침전지 상부 등 정수센터 안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7월 말 완공된 이 발전소는 용지 면적이 축구장 10개 크기인 7만6500m²(약 2만3000평)다. 발전용량은 5MW로 수도권 최대 규모다. 연간 전력 생산량은 185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6000MWh다. 》

이소미 OCI 태양광사업부 매니저는 “환경오염 없이 전력을 만들기 때문에 매년 2700t의 온실가스(자동차 1900대가 배출하는 양)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OCI는 최근 서울시, 한화큐셀코리아와 함께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강북아리수정수센터에 7MW급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로 합의했다. 완공 예정 시기는 2014년 상반기(1∼6월)다.

○ 태양광 발전은 용지 물색이 관건

정부가 원자력 중심 에너지 정책을 수정하면서 그동안 우리 주변에서 소리 없이 몸집을 키워온 태양광 발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에서 태양광 설비용량이 가장 많은 곳은 전남이다. 전남은 연간 일사량이 국내 최대인 지역으로 서울보다 일사량이 23% 많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내 태양광 설비용량 605MW 가운데 전남지역에 227MW가 집중돼 있다. 2위는 경북(116MW), 3위는 경남(82MW)이다.

태양광 발전소는 다른 발전시설보다 효율이 낮은 만큼 한꺼번에 많은 태양광을 흡수할 수 있는 넓은 땅이 필요하다. 산악지대가 많은 한반도 지형 특성상 태양광 발전소를 세울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다.

OCI 관계자는 “직원들이 마치 부동산 개발업자처럼 전국의 땅을 보러 다닌다”며 “이들은 넓은 벌판뿐만 아니라 도심에 있는 버스 차고지 지붕이나 정수장 등도 유심히 살펴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렵사리 좋은 터를 찾아 건물주에게 부탁해도 거절당하기 일쑤다. 버스 차고지 지붕에다 태양광 패널을 올리자고 제안해도 “버스 100대가 주차되는 공간에 120대가 주차되는 게 현실이라 구조물을 설치할 공간이 없다”며 거절한다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서울시 제공

○ 버려진 공간이 정답

도심지역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가 힘들어지자 사용하지 않게 된 도로(폐도), 폐염전, 주차장 등이 대체 용지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건축물 지붕 등 기존 공간을 잘 활용해 전력을 만들면 최대 1.5배까지 더 높은 값을 쳐주도록 하는 신재생에너지의무화제도(RPS)가 시행되면서 이런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전남 영암군 F1 경주장에는 22만6000m²에 이르는 주차장에 13.3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들어서 있다. 서부발전이 신성솔라에너지 등과 지난해 12월 준공한 이 발전소는 주차장 상부에 천막처럼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게 특징이다.

한국도로공사는 방치된 고속도로 폐도를 전력 생산원으로 재탄생시켰다.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폐도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소인 금곡 태양광 발전소(경남 진주)를 만들었다. 현재 전국 11곳에서 9.4MW 전력을 태양광으로 만들고 있다. 도로공사 도로사업처 배진석 차장은 “기존 폐도 등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소로 만들 수 있는 장소만 전국 304곳에 이른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코리아가 중소기업 ENG와 함께 유수지 수면 위에 만든 광주 산수배수펌프장 태양광 발전소는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로도 거론된다. 장마철 홍수피해를 막기 위한 시설인 배수펌프장에 전봇대 같은 지지대를 설치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만들면 좋겠다는 그야말로 만화 같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한화큐셀코리아 관계자는 “물을 빼고 보니 바닥의 절반 이상이 진흙으로 차 있어 사람은 물론이고 장비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특수 보강공법을 적용해 공사를 마쳤다”며 “매년 680가구가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2750M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의 출고장과 주차장에도 발전용량 20MW급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섰다. 단일 공장 용지에 세워진 태양광 발전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포스코에너지는 7월 전남 신안군 팔금면에 폐염전 터를 활용해 5MW급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했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 폐도로. 한국도로공사 제공

○ 한화와 OCI는 동상이몽

국내 태양광 발전 시장은 한화그룹과 OCI가 주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큐셀코리아와 솔라원 등 태양광 발전 관련 계열사를 동원해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부터 셀, 모듈, 발전설비를 만들며 태양광 사업의 처음과 끝을 연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태양광 시장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룬 곳은 한화가 유일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OCI는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 품질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OCI 관계자는 “폴리실리콘의 순도를 높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며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태양광 발전 사업에는 주도적으로 나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OCI는 미국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에 400MW급 태양광 전력을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와는 장기적으로 총 100MW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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