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 이주여성 김윤희씨, 남편 잃고 삼남매 키우며 억척 생활초록우산재단-이웃 도움으로 내집 마련
김 씨는 2003년 스물네 살 연상인 남편을 만났고 듬직한 모습에 끌려 결혼했다. 시집온 한국은 낯설었다. “한국 남자들이 우유를 많이 마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우유가 아닌 막걸리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 씨의 남편은 술을 많이 마셨다. 만취한 남편은 ‘술을 달라’며 거칠게 요구하곤 했다. 폭행을 할 때도 있었다. 김 씨는 제조법을 배워 막걸리를 직접 빚기도 했다. 남편이 2009년 간암으로 앓아눕자 정성껏 병간호를 했지만 지난해 말 세상을 떴다. 그는 남편 대신 농장 일 등을 하며 생활비를 마련해 큰딸(11), 작은딸(9), 막내아들(7) 삼남매를 키웠다. 최근에는 요양사 자격 취득을 준비하며 틈틈이 노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다. 필리핀에 있는 부모가 생각나서다.
이 성금으로 김 씨가 살고 있던 집을 사주고 원유민 JY아키텍츠 대표(33)가 새집을 지어주기로 했다. 이웃의 따듯한 정이 담긴 새집은 다음 달 완공될 예정이다. 김 씨는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새집 완공식 때는 외국 음식을 접하지 못한 이웃을 위해 필리핀 음식을 장만할 생각이다. 김 씨는 “우리 가족이 꿈을 갖고 살아갈 보금자리를 지어준 이웃이 정말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후원 문의 061-753-5129
화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