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노래하는 장면을 유독 사랑한 오페라 거장 푸치니. 동아일보DB
1970, 80년대에 성악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은 술자리에서 흥이 오르면 ‘토스카’의 테너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목청껏 뽑고는 했죠. 1986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맞아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푸치니 ‘투란도트’의 아리아 ‘잠들지 말라’가 히트하면서 푸치니 최고 인기 아리아의 영예는 이후 ‘잠들지 말라’가 이어받은 듯합니다. 그런데 이 두 노래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새벽 장면에 테너 혼자 나와 부르는 아리아’라는 점입니다.
예전 이 코너에서 로시니가 유독 폭우 장면을 사랑했다는 얘기를 한 적 있죠. 푸치니는 새벽 장면을 사랑했습니다. 그것도 정해놓은 것처럼 대략 극의 3분의 2 정도가 진행된 시점에 배치했습니다. 첫 오페라인 ‘빌리’부터 그랬습니다. ‘라보엠’에선 두 쌍의 연인이 위기를 맞는 대목에, ‘나비부인’에선 허밍 코러스에서 새벽 장면이 등장하죠. ‘토스카’에선 남주인공이 새벽에 처형을 기다리면서 ‘별은 빛나건만’을 부릅니다. ‘투란도트’에선 남주인공이 구혼 도전의 승리를 예감하면서 역시 새벽에 이 노래를 부릅니다.
<음원 제공 낙소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