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한번 뽑히면 철밥통… 민간회사 이직후엔 로비 창구■ KDI “개방형 임용 확대해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처럼 한국의 폐쇄적인 공무원 선발 제도가 국가 부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KDI는 9일 ‘공직 부패 축소를 위한 공직 임용제도의 개방성 확대’ 보고서에서 “외부와 단절된 공무원 임용 제도 때문에 민간 회사에 재취업한 공직자가 불법 로비를 할 여지가 커지는 등 부패 정도를 높이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공직 임용 개방성은 0.392였다. 0에 가까울수록 외부와 단절된 채 내부 조직원들끼리 자리를 나눠 먹는 폐쇄성이 강하다는 의미인데 한국의 개방성(0.392)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478보다 낮았다. 이는 낮은 직급의 공무원은 공개시험을 통해 뽑지만 고위 공직자는 미리 선발된 공무원 인력 내에서 주로 뽑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되지만 한번 뽑히면 이른바 ‘철밥통’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공직 임용 제도가 폐쇄적으로 운영될수록 국가 부패지수는 높아지고 정부 지출의 효율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KDI가 20개 선진국과 한국 공직 사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공직 임용 제도는 분석 대상 국가 중 3번째로 폐쇄적이었다. 폐쇄성이 높을수록 부패 정도도 높아 한국보다 부패한 나라는 재정위기를 겪은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뿐이었다.
KDI는 인맥을 이용한 고위 공직자의 로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고위 공무원직을 민간에 개방해 전임자와 후임자 사이의 연결고리를 약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준 KDI 연구위원은 “현재 한직에 집중돼 있는 개방형 임용 제도를 중요도가 높은 자리로까지 확대 실시하고 선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홍수용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