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나 사회부 기자
서울중앙지법 민사35부(부장판사 이성구)는 7일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의 피해자 가족 구모 씨(79) 등 5명이 과다하게 지급받은 배상액 중 절반을 국가가 포기하라는 취지로 화해권고 결정을 냈다. 민사35부는 인혁당 재건위 피해자 강모 씨(85) 등 4명에 대한 소송에서도 4일 ‘채권(15억3017만 원) 중 절반을 포기하라’고 권고했다.
이 화해권고는 국가정보원이 7월 인혁당 재건위 피해자 열여섯 가족(77명)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한 법원의 절충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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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권고를 내린 취지에 대해 법원은 “당사자의 형편을 고려하고, 사건의 공정한 해결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일부 피해자와 가족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것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으로도 법원이 이런 식의 결정을 낸다면, 잘못 나간 세금 100억 원은 돌려받을 길이 없다. 국정원은 서울고검 송무부(부장 신유철 검사장)의 지휘를 받아 다음 주 법원에 이의 신청을 낼 예정이다.
피해자와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국가는 분명 배상액을 지급했고, 잘못 지급된 부분을 돌려받으려는 것이다. 그런데도 법원이 대법원 판결을 뒤집으면서까지 화해권고를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원이 여론을 의식해서 세금 낭비는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8월에 과다 지급된 배상액 18억4137만 원을 국가에 반환한 두 가족(4명)은 법원의 권고를 어떻게 볼까.
최예나 사회부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