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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수화통역사 없으면 경찰조사 안한다

입력 | 2013-10-04 03:00:00

대전경찰청, 청각장애인 인권개선 앞장




2일 대전지방경찰청 무궁화홀 앞에서 수화경연대회를 마친 뒤 정용선 대전지방경찰청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과 지교하 대전농아인협회장(정 청장 오른쪽) 등 농아인협회 관계자들이 ‘사랑합니다’라는 의미의 수화를 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대전지방경찰청 제공

대전지방경찰청이 경찰의 사건 처리 과정에서 빚어지는 청각장애인의 오랜 불안과 불만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하는 등 이들의 인권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수화통역사를 24시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청각장애인의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한 조사 원칙을 도입했다. 청각장애인과의 소통과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수화(手話) 능력 배양에도 직접 나섰다.

○ ‘수화통역사 오기 전엔 조사 안 해요’

청각장애인들은 강력사건이나 교통사고에 연루되면 범인이나 가해자가 아니더라도 일단 신경이 곤두선다. 장애로 인해 경찰에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는 약점 때문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앞으로 청각장애인이 연루된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수화통역사를 부르기로 했다. 이를 위해 7월 16일 대전수화통역센터와 ‘청각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관내 5개 경찰서와 센터 지회들이 24시간 연락체계를 구축해 언제든지 수화통역사를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청각장애인을 배려했다. 수화통역사가 도착하기 전에는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청각장애인들은 자신이 변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건 상대방인 일반인이 먼저 조사를 받는 것을 무척 불안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대전경찰청 이상근 수사1계장은 “경찰이 어떤 경우에도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먼저 조사한 사람의 말에 의해 선입견이 생길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청각장애인이 알아두면 좋을 생활법률 상담과 강의도 하기로 했다.

지교하 대전농아인협회장은 “청각장애인들은 각종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때 가장 답답하고 불안하다”며 “수화통역사를 제때 활용하고 조사과정의 오해 소지도 없앤 경찰의 조치는 청각장애인들의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찰 스스로 수화 능력 배양 나서

경찰은 스스로 수화 능력을 기르기로 했다. 청각장애인과의 소통의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서다. 경찰은 농아인협회와의 협약 이후 수화교육에 나서 2일에는 ‘대전경찰 수화경연대회’를 열었다. 이날 지방경찰청 무궁화홀에서 열린 대회에는 대전경찰 통합포털 게시판에 탑재된 수화교육 동영상을 통해 틈틈이 기본 수화를 배우며 실력을 키워온 지방청 및 경찰서 7개 팀 27명이 참석해 열띤 경연을 펼쳤다. 심사를 맡은 농아인협회 윤혜주 실장은 “참가한 경찰관들이 짧은 기간에 놀라울 정도의 수화 능력을 선보여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용선 대전경찰청장은 “청각장애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수화경연대회는 큰 의미가 있었다”며 “사회적 약자 보호와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 치안 환경을 개선하는 ‘안전하고 행복한 대전 만들기’와 ‘하하하 운동’을 더욱 알차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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