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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 “아직은 제 여권 볼 때마다 어색”

입력 | 2013-10-03 03:00:00

쇼트트랙 월드컵 출전 위해 서울 온 러시아대표 안현수
“한국에서 경기 부담스럽지는 않아”




러시아로 귀화한 전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안현수(가운데)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훈련 도중 동료 선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아직도 제 여권을 볼 때마다 어색한 건 사실이죠.”

2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 라커룸.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28)는 러시아 대표선수들과 함께 몸을 풀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입국 당시 길었던 머리는 깔끔하게 잘라 정돈했다. 태극마크를 단 유니폼을 입고 달릴 때보다 몸무게를 꽤 줄인 덕분에 몸도 한결 가벼워 보였다.

안현수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2013∼201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에 러시아 대표로 출전한다. 귀화를 한 뒤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나오는 것이다.

안현수는 여권 이야기를 하자 환한 표정으로 말하다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안현수는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3관왕을 차지하고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선수권 5연패를 달성하며 ‘쇼트트랙 황제’로 불렸다. 하지만 당시 소속팀이었던 성남시청 빙상단이 해체되면서 뛸 곳이 없어지고 부상 등으로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하자 러시아 귀화를 선택했다. 내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는 러시아 대표선수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러시아 국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자신을 뜨겁게 응원했던 한국 팬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해 안현수는 “오랜만에 한국에서 뛰는 것이라 많이 설레지만 특별히 부담스러울 것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만약 우승을 차지해 시상대에 설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2년이 넘었지만 안현수는 러시아로 귀화한 것에 대해 복잡한 심경이었다. 안현수는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짧게 말했다.

전성기 실력은 아니지만 안현수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번 시즌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현재 안현수의 목표는 내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안현수는 “지금은 메달만 생각하고 있다. 메달을 딴 이후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안현수와의 맞대결에 대해 한국 남자대표팀 윤재명 감독은 “안현수도 한 명의 외국 선수인 ‘빅토르 안’일 뿐이다. 특별한 견제는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