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탈고 500주년 맞아 학계 재조명 학술대회 잇따라
마키아벨리는 이탈리아의 피렌체 공화국에서 고위공직자로 일하다 공화국이 무너지고 메디치가가 복귀하면서 실각했다. 로렌초 메디치에게 헌정한 ‘군주론’을 통해 군주정을 통한 정치개혁을 꿈꿨지만 이마저 좌절되자 은둔과 집필로 생을 마감했다. ‘군주론’은 물론이고 그의 공화주의적 이상을 담은 ‘로마사 논고’는 모두 그의 사후에 출간됐다. 동아일보DB
학계에서 마키아벨리에 대한 평가는 양분됐다. 보수적 정치학자였던 레오 스트라우스는 저서 ‘마키아벨리’(1958년)에서 마키아벨리가 최초의 근대 정치학자라는 학계의 평가를 반박하면서 그를 ‘악의 교사’로 받아들이는 대중적 통념이 더 진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적 정치학자였던 셸던 월린은 ‘정치와 비전’(1960년)에서 “정치를 종교와 윤리로부터 해방시켰다”고 마키아벨리를 높이 평가했다. 정치의 본질이 권력이고 권력의 핵심을 폭력이라고 한다면, 폭력을 부정하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대면해 작은 폭력으로 더 큰 폭력을 저지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1513년 ‘군주론’ 집필을 마쳤고, 그가 죽은 뒤 1532년에야 책으로 출간됐다. ‘군주론’이 탈고된 지 500년이 된 올해 국내 학계에서도 그의 정치적 통찰력과 리더십을 새롭게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잇따라 열린다.
한국마키아벨리 ‘군주’ 500주년기념위원회는 ‘2013년 한국 정치, 왜 마키아벨리인가’를 주제로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학술대회를 연다. 군주론이 민주화 이후의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논의하는 자리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마키아벨리와 한국 민주주의’를 주제로 발표한다. “우리 정치에서 마르크스보다 마키아벨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최 교수는 여러 강연에서 마키아벨리를 인용하면서 마키아벨리 담론에 불을 붙였다. 이어 곽준혁 숭실대 가치와윤리연구소 소장이 ‘민주적 리더십: ‘군주’의 가려진 진실’, 김상근 연세대 교수가 ‘마키아벨리와 그의 시대’를 주제로 발표한다.
발제자 중 한 명인 곽준혁 소장은 때맞춰 군주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은 ‘지배와 비지배’(민음사)를 출간했다. 곽 소장은 이 책에서 군주론이 로마 공화정의 부활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군주의 필요성을 역설한 책이기 때문에 봉건군주의 치세술로 오인될 수 있는 군주론 대신 ‘군주’로 번역할 것을 제안한다.
윤비 교수는 “20세기 후반 영미 학계에서는 군주론 외에 마키아벨리의 다른 저서들에도 주목해 그가 시민의 합의와 협조를 우선시하는 정치를 추구했음을 밝혔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강한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만 주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