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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원 넘는 주택 가진 홀몸노인은 못받아

입력 | 2013-09-26 03:00:00

[기초연금 공약 수정]
■ 누가 얼마나 받게 되나




《 기초연금 확정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최저 10만 원, 최대 2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많으면 적게, 적으면 많게 준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은 적어진다. 국민연금이 1988년 도입되면서 제도가 정착하기 전에 사회생활을 했던 60대 이상 세대는 대부분 기초연금 20만 원을 받는다. 반면에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을 넘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초연금 수령액이 20만 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궁금한 점을 항목별로 풀어본다. 》  

① 지급기준은 어떻게 되나

하위 70%는 월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정한다. 근로소득에서 45만 원을 뺀 ‘월소득 평가액’에 부동산과 금융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액수가 소득인정액이다. 혼자 사는 노인은 월 83만 원 이하, 부부가 함께 사는 노인은 약 132만8000원 이하.

대도시에서 공시지가 4억3000만 원 이상의 주택을 가진 노인 부부는 상위 30%에 해당하므로 현금소득이 없어도 기초연금을 못 받는다. 홀몸노인의 집값 기준은 3억 원이다. 금융재산만 있다면 노인 부부는 3억4000만 원, 홀몸노인은 2억2000만 원이 넘어가면 기초연금 제외 대상이다.

기초연금을 받으려면 거주지 읍면동주민센터, 국민연금공단에 가서 신청서를 써야 한다. 소득·재산신고서와 금융정보 제공동의서 같은 서류도 필요하다.

② 소득은 제대로 파악되나

소득이나 재산이 많아도 당국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20만 원을 모두 받는다. 소득이 완전히 노출되는 노인은 실제 형편이 넉넉지 않아도 상위 30%에 포함되므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대도시에 공시지가 기준으로 3억 원 이상인 주택을 자기 명의로 소유한 홀몸노인은 소득이 전혀 없어도 기초연금을 받지 못한다. 자녀 명의의 다가구주택에 살면서 높은 임대수익을 올리는 노인은 수급자에 포함될 수 있다. 기초연금 최대 수령액이 20만 원으로 늘어나면 재산이나 소득을 숨겨 수급자가 되는 ‘무늬만 빈곤노인’이 지금보다 늘어날 수 있다.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국민연금 바로 세우기 국민행동’은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노인(홀몸노인) 중에서 15.9%가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고, 하위 30%에 속하는 노인이면서도 4.2%는 혜택을 못 받는다는 자료를 최근 발표했다.

③ 국민연금과는 어떤 관계가 있나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수령액에 따라 달라진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길고 납부한 보험료가 많을수록 수령액이 많아진다. 따라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이 줄어든다.

소득이 하위 70%에 속하면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가입기간이 11년 이하면 20만 원을 받는다. 가입기간이 12년이면 19만 원, 13년이면 18만 원이다. 1년에 1만 원씩 줄어들어 20년 이상 가입자는 10만 원을 받는다.

2028년 이후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세대는 가입기간이 16년이 되는 해부터 1년씩 늘어날 때마다 기초연금 월 수령액이 6700원씩 줄어든다.

지난해부터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한 수급자는 평균 가입기간이 15년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급자 88만 명 중 약 70%(61만 명)는 최대 금액인 20만 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청장년 세대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대부분 20년 이상이다. 따라서 기초연금을 20만 원 받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오래 가입하면서 생기는 이익이 기초연금 삭감으로 인한 손해보다 크다고 설명한다.

④ 일괄지급은 왜 어렵나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5%보다 훨씬 높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기초연금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현재의 2배, 즉 국민연금 가입자의 3년간 월평균 소득(A값)의 10%를 지급한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재벌 회장 등 부자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20만 원 지급하는 제도가 바람직한가를 두고 공방이 일었다. 기초연금에 대한 사회적 협의체인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도 대다수가 소득 하위 70∼80%에게 차등지급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노인 인구는 2010년을 기준으로 545만 명이다. 2040년엔 1650만 명, 2060년엔 1762만 명으로 증가한다.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면 2014∼2017년에 57조1000억 원이 소요된다. 정부가 마련한 방안에 비해 17조5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 재정에 부담이 되기 쉽다.

기초연금은 전액 조세로 충당한다.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 운영한다고 공약해 국민연금 재정을 헐어 기초연금에 쓰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을 건드리지 않고, 조세로 기초연금 재원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법안에 명시할 예정이다.

⑤ 소득 상위 30%는 어떻게 되나

기초연금에서 제외되는 상위 30%는 다른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재능 나눔, 자원봉사처럼 ‘시니어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 월 10만 원의 활동비를 3개월 동안 지원하는 식이다.

경로당 중심의 노인자원봉사클럽은 1300곳에서 1800곳으로 확대한다. 운영비(2개월)도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고 경로우대카드를 발급해 직간접 혜택을 늘리기로 했다.

실제로 이들이 사회참여 활동에 얼마나 동참할지는 확실치 않다. 소득 상위 30%를 제외했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정부가 기존 정책을 재탕해서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샘물·이철호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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