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은 ‘백신 주권’을 지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2006년부터 백신 개발을 차세대 성장 사업 중 하나로 정하고 2008년에는 국내의 대표적 바이오벤처인 인투젠을 인수하는 등 백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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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SK케미칼은 백신 수요가 갑자기 치솟을 경우에 대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포 배양방식의 백신’을 개발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기존의 ‘유정란 백신 개발’ 방식은 계란에 바이러스를 집어넣어 배양하는 것으로 개발에 오랜 기간이 걸리고 대량 생산에 한계가 있었다. 유정란이 균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되면 안 되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충분한 양을 사전에 확보하기 힘들었으며, 유정란 준비에만 시간이 6개월이나 걸렸다.
이런 이유로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백신 생산과정을 세포 배양 방식으로 전환 중이다. SK케미칼도 포유류의 세포주(세포 배양을 통해 계속 분열하고 증식해 대를 이을 수 있는 배양 세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세포 배양방식의 백신은 갑작스럽게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도 탄력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고 개발 기간도 2∼3개월로 비교적 짧다”며 “균이 없는 환경에서 격리된 채 작업이 진행돼 불순물 발생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올해 준공을 목표로 2010년부터 경북 안동시 풍산읍에 있는 안동경북바이오단지에 ‘세포 배양 방식의 인플루엔자백신 생산 설비’를 짓고 있다. 이 공장은 6만3000m²의 터에 지어지며, 연간 1억4000만 도즈(1회 접종량)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SK케미칼은 또 세포 배양 방식을 활용한 백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신종 인플루엔자 범부처 사업단’과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동물세포배양 기술을 이용한 세포배양 인플루엔자 백신의 임상시험 계획을 국내에서 처음 승인 받았다. 범부처 사업단은 신종 인플루엔자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이 분야의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범부처 협력 체계 구축을 추진하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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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측은 “국내 백신 사업은 중장기적인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한계를 보여 왔다”며 “백신 제품군의 다양화와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해 ‘백신 주권’을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