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백 반굴 관창/박의식 글·그림/42쪽·1만8000원·장수
장수 제공
삼국사기는 관창의 임전무퇴 정신을 이야기한다. 그의 죽음으로 신라군의 기세가 다시 살아나고, 황산벌 전투에서 신라가 계백의 백제를 물리치고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열여섯 관창은 죽을 줄 알면서도 적진에 홀로 돌진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관창은 두렵지 않았을까? 자신을 적진으로 보내는 아버지가 원망스럽지 않았을까? 이 그림책은 이런 인간적인 물음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관창의 돌진에 앞서 또 다른 화랑 반굴의 죽음이 있었다. 반굴의 죽음을 본 관창의 아버지 품일 장군이 관창에게 말한다. “너는 어째 그 모양이냐, 반굴은 너와 같은 화랑이 아니냐!” 관창은 대답한다. “아버지… 너무 무섭습니다.”(28쪽)
이 책은 대여섯 개의 이야기 모티브가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배치되어 있어, 처음 읽을 때는 조금 혼란스럽다. 하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각 모티브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러면서 백제와 신라 전투에서 신라가 이겼다는 역사적 사실 뒷면에 그 전투에 참여한 사람들의 고뇌와 두려움이 있었음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책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려면,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가 읽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장수들의 그림을 보는 재미는 저학년 아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작가는 오랫동안 장수들의 그림을 그려왔는데, 이 책은 그 절정이다. 그의 장수 사랑은 출판사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 출판사, 그가 직접 만들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