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적자 예산을 편성할 예정이다. “2014년부터 재정수지 흑자를 내겠다”는 이전 정부의 약속을 1년 만에 뒤집었다. 현 정부 출범 후 처음 짠 예산부터 약속을 깨겠다는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9월 발표한 재정계획에서 정부는 2014년부터 흑자 예산을 짜고 2015년부터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현재 36.2%)을 20%대로 떨어뜨리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허언(虛言)은 내년 한 해로 그칠 것 같지 않다. 내년에 발생하는 적자는 새로운 복지를 도입해서가 아니라, 주로 기존 복지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 생기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 탓이다. 복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면 앞으로 적자 폭은 더 커지게 되어 있다. 당초 박근혜 정부가 목표로 한 ‘임기 내 균형재정 달성’과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정부는 대내외 경제 여건과 정책 목표를 고려해 재정의 적자 또는 흑자를 선택할 수 있다. 국내 경기는 이미 반등세로 돌아서 내년은 회복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위적 경기 부양에 필요한 정부 사업을 위해 적자 예산을 편성할 상황이 아니다. 내년 재정 적자는 쓸 곳을 많이 만들어 놓고 쓸 돈을 마련할 궁리는 게을리해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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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정부는 조세부담률을 2017년 21%로 향후 5년 동안 겨우 0.8%포인트 높일 계획이다. 그것도 직접 증세가 아닌 세 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이루겠다고 한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대선 공약에 발목이 잡혀서다. “불가능하다”는 것이 재정 전문가들의 지적이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현 정부가 복지 확대를 원한다면 국민에게 증세의 필요성을 설명해야 한다. 계속 문제를 회피하면 복지 약속과 재정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