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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최창봉]민주 ‘이석기 제명’까지 막을 셈인가

입력 | 2013-09-09 03:00:00

야권연대 ‘원죄’ 사과도 하지 않은채…




최창봉 정치부 기자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징계 제명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의원 153명 전원 명의로 징계안을 제출한 직후 동아일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회 윤리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사법부 판단을 먼저 지켜봐야 한다”거나 “이 의원의 행위가 특위 심사대상이 되는지 불분명하다”고 답했다. 김한길 대표도 8일 “제명은 그 무게가 완전 다르다. 의원 제명 요건을 헌법 개정 요건(재적 3분의 2 찬성)으로 한 건 그만큼 신중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도 ‘징계안 상정 반대’ 의견을 밝혀 16일 열리는 특위 전체회의에서는 징계안을 논의하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자고 하지만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다르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12%만 ‘이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가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수사기관의 조작’이나 ‘공안몰이’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이 의원을 비롯한 통진당 내 RO(혁명조직) 세력의 체제 전복 시도가 녹취록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에게 세비(歲費)까지 주면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강하다. 이 의원은 국방위 소속도 아니면서 15개월간 주한미군 관련 내용 등 30건의 자료를 요청했다. 이 자료가 이적행위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주장대로 이 의원이 사법절차를 마무리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이 의원 보좌진들은 국민이 주는 월급을 받으며 국가 기밀을 들여다볼 것이다. 국회를 혁명의 교두보로 삼으려 했던 세력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다.

법원은 이미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며 구속영장까지 발부한 상태다. 대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도 박탈된다. 사법부 판단만 바라보고 있겠다면 국회에 ‘징계 제명’ 제도 자체를 둘 이유가 없다.

민주당의 이중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8대 국회에서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 제명을 요구하며 징계안을 낸 건 민주당이다. 성희롱 범죄와 달리 내란음모 혐의는 제명 대상이 안 된다는 건 억지 논리다.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통해 체제 전복 세력을 국회로 불러들인 책임이 있다. 민주당이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통진당(13석)은 과연 몇 석이나 얻었을까. 종북 세력을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불러들인 원죄(原罪)에 대해 일언반구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체제 전복 세력을 국회에서 몰아내는 국회 표결 절차를 앞장 서 막는 민주당의 모습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 궁금하다.

최창봉 정치부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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