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법안 “안전위해 신규 화학물질 모두 등록”산업계 “기업기밀 새나가 연구에 차질 우려”
경제계는 강화된 법안에 따라 신규 화학물질 등록 시 필요한 자료와 보고서를 준비하는 데 8∼11개월이 걸리고 비용도 연간 사용량이 10t이 넘을 경우 물질당 평균 5700만∼1억1200만 원이 드는 등 행정적 경제적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수입량이 연간 0.1t 이하여서 유해성 심사를 면제받은 건수는 3만5000건에 이른다. 화학업체 관계자는 “소량 화학물질을 수입할 때 2, 3일이면 신고가 끝나던 것이 8개월 이상 걸리게 되면 연구개발(R&D)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4월 8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보다 강력한 규제를 담은 화평법 제정안을 발의하면서 방향이 틀어졌다. 심 의원은 사용량에 관계없이 모든 신규 화학물질을 등록하고, 기존 화학물질은 연간 사용량이 0.5t 이상인 경우 모두 등록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4월 30일 내놓은 조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한 화학기업의 팀장급 관계자 한 명이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한 차례 연 것으로 공식적인 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마쳤다.
지난해 경북 구미 불산 누출 사고를 계기로 개정작업에 힘을 받은 화관법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과징금을 사업장 매출액의 5%까지 물릴 수 있다는 강력한 처벌 규정을 담고 있지만 발의한 지 32일 만에 입법 절차가 끝났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공개된 환노위 회의록에 따르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현장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4월 18일 열린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가 심 의원이 발의한 화평법이 통과됐을 경우 직접 등록비용만 2조1000억 원, 간접비용까지 합치면 3조3000억 원이 든다는 용역 결과를 전하자 심 의원은 “간접비용 얘기는 빼시라. 중소기업의 경우 100만 원밖에 안 나온다”며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심 의원 측은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기존화학 물질에 대한 등록 규정이 오히려 당초 발의안의 0.5t에서 1t으로 완화됐다”고 반박했다. 또 “당시 입법을 앞두고 공청회를 한 차례 연 것은 맞지만 법을 발의하기 전 1년 동안 에너지포럼을 만들어 업계 및 당시 지식경제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며 “기업은 재무적 관점에서 비용을 계산하지만 국회는 국민과 근로자의 안전을 고려해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강유현·황승택 기자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