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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봉의 피칭 X파일] 차갈량의 뚝심, LG ‘뿌리깊은 마운드’ 만들었다

입력 | 2013-09-05 07:00:00

차명석 투수코치는 리그 최악이라던 LG 투수진을 리그 최강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주인공이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LG 마운드는 어떻게 강해졌나?

“불펜진 완성 후 선발진 만들어보겠다”
차명석코치 작년 스프링캠프때 다짐

마무리 봉중근-불펜 유원상 ‘히든 카드’ 적중
우규민·신정락 정착-류제국 부활 진두지휘
내년 이형종·임지섭 가세…LG 선발진 여유


삼성과 LG의 1위 싸움이 치열하다. 삼성은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정규시즌 1위에 도전하고, LG는 1994년 이후 19년만의 1위를 노린다. 삼성은 시즌 초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LG는 4강 후보에도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LG가 1위 싸움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마운드다. 투수력이 몰라보게 강해지면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고, 방어율에서도 삼성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LG 마운드는 어떻게 강해졌을까. 해법은 간단하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기 시작한 것뿐이다. 볼넷을 줄이고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데 집중하면서 투수들의 자신감이 상승했다. LG 마운드는 갈수록 강해질 전망이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고, 그만큼 활용 가능한 투수들도 많다. 강해진 LG 마운드를 되돌아본다.

● 김기태-차명석 찰떡궁합

지난해 LG 사령탑으로 데뷔한 김기태 감독은 투수에 관한 전권을 차명석 투수코치에게 맡겼다. 투수들을 가장 잘 알고 신뢰관계 또한 좋았던 차 코치에게 투수진을 부탁했다. 2012년 스프링캠프 때 차 코치는 “올해는 불펜진을 완성하고, 선발진은 내년까지 만들어보겠다”고 김 감독에게 말했다. 지난해 LG는 봉중근을 마무리로 기용했다. 3년 연속 10승 투수로 팀 내 에이스였던 봉중근을 마무리로 기용한 것은 대사건이었다. 2011년 팔꿈치수술까지 한 그였지만 마무리는 천직 같았다. 지난해 26세이브를 기록했고, 올해는 벌써 30세이브를 넘어섰다. LG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였던 마무리 부재를 봉중근 카드로 해결했다.

유원상의 불펜 전환도 획기적이다. 한화에서 선발로 뛰던 유원상을 최고의 미들맨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21홀드를 기록했고, 국가대표로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지난 시즌 뒤에는 삼성에서 정현욱을 영입해 확실하게 불펜을 완성했다.

2013년 LG는 우규민과 신정락, 2명의 사이드암을 선발로 기용했다. 주키치와 리즈를 빼곤 믿을 만한 국내파 선발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차 코치가 선택한 승부수였다. 우규민과 신정락은 기대이상으로 잘해줬다. 우규민은 9승5패, 방어율 3.21의 안정감 있는 피칭을 거듭하고 있다. 신정락도 제구력 향상을 통해 7승(5패)을 올렸다. 5월에는 류제국이 가세했다. 팔꿈치 수술과 재활, 4년여의 실전공백을 이겨내고 그는 ‘LG 승리의 아이콘’이 됐다. 7승(2패)을 거뒀고, 그가 등판한 15경기에서 LG는 12승을 챙겼다. 한국무대 3년째인 리즈는 리그 최다이닝과 최다탈삼진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주키치의 부진이 아쉬웠지만, 신재웅이 그 공백을 최소화해주고 있다. 2년 만에 LG 선발진과 불펜진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김 감독과 차 코치의 계획대로 된 것이다.

● 투스트라이크 노볼에 안타 맞아도 괜찮다

LG는 볼넷을 많이 내주는 팀이었다. 마운드의 투수는 왠지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4강에 올라가지 못한 지난 10년이 그랬다. 해마다 가장 많은 볼넷을 내주는 팀 1위 아니면 2위였다. 차명석 코치는 항상 투수들에게 강조했다. “볼넷을 줄이지 못하면 우리 팀의 미래는 없다.” 1년 동안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을 주문했다. 한 투수가 물었다.

“투스트라이크 노볼에는 어떻게 합니까?”

“가장 자신 있는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져라.”

“안타 맞으면요?”

“괜찮다. 투수코치가 책임진다. 감독님께도 말씀드렸다.”

지난해부터 LG는 변했다. 가장 많이 볼넷을 내주는 팀에서 가장 적게 볼넷을 내주는 팀이 됐다. 우규민은 이렇게 말했다. “싸워 이겨나가면서 불안감이 자신감으로 변했다. 예전에는 유인구를 많이 찾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 이형종, 임지섭도 내년 선발 후보

LG의 내년 선발진은 변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투수 2명과 류제국만 확정적이다.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4∼5명의 투수가 경쟁하게 된다. 차명석 코치는 우규민이 올해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팀의 입장에선 불펜이 적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규민이 2년 연속 선발로 갈지, 아니면 보직이 변경될지는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내년 LG의 선발 후보에는 이형종과 루키 임지섭이 포함된다. 김기태 감독과 차 코치는 이형종이 충분히 10승 이상 해줄 재목이라고 판단한다. 야구에 대한 절실함만 보인다면 기회를 줄 생각이다. 임지섭의 매력은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이다. 힘으로 공을 던지기 때문에 지속성은 장담할 수 없지만, 파격적 선발 기용도 배제할 수 없다. 신정락과 신재웅은 5선발을 놓고 경쟁을 계속해야 하는 입장이고, 경찰청에서 제대하는 윤지웅의 선발 기용도 검토하고 있다.

● 내년 에이스는 류제국

올해 류제국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1월 31일 뒤늦게 계약한 뒤 경남 진주에서 훈련했다. 중요한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그런데도 올해 류제국은 대단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5월 19일 국내무대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됐고, 선발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내고 있다. 시속 145km의 직구와 커브, 투심패스트볼, 체인지업을 수준 높게 던지고 있다. 재활을 마친 투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LG는 류제국을 내년의 에이스로 꼽는다. 체계적 훈련이 뒷받침되면 올해보다 구위가 더 좋아질 것으로 믿고 있다. 키 190cm, 몸무게 100kg의 당당한 체격과 타고난 승부사 기질도 한몫을 한다. 과연 류제국이 LG가 기대하는 15승 투수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 불펜의 세대교체는 천천히

LG 불펜은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류택현은 42세로 현역 최연장자고, 이상열과 정현욱은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경험도 많고, 나이와 관계없이 구위는 여전히 매섭다. 차명석 코치는 “공이 특별히 나빠지지 않는다면 여전히 우선순위”라며 세대교체작업도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왼손 불펜은 최성훈과 윤지웅에게 경험을 쌓게 하고, 오른쪽에선 정찬헌의 등판기회를 늘려줄 생각이다. 내년에 LG가 가동할 수 있는 투수는 꽤 많다. 1군 엔트리에 진입하기 위해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올해 LG는 10년의 부진을 씻고 마운드를 부활시켰다. 모두가 인정하는 마운드를 내년에 LG가 구축한다면, 지난 10년과 달리 앞으로 10년은 LG의 전성기가 될 수도 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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