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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윤활유시장 ‘빡빡한 격돌’ 시작됐다

입력 | 2013-09-05 03:00:00

■ 현대오일뱅크도 뛰어들어 4파전

정유사업 수익률 1%-윤활유는 30%… 업계선 ‘캐시카우’ 꼽혀 앞다퉈 진출
국내시장 연간 2조5000억원 규모, 생산량 절반이상 수출로 수익얻어




현대오일뱅크가 윤활유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오일뱅크는 4일 자동차 엔진오일 ‘엑스티어(XTeer)’를 내놓고 윤활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김병섭 현대오일뱅크 영업본부장(전무)은 “현재는 윤활기유를 수입해 생산하고 있지만 내년 대산 윤활기유 공장이 완공되면 윤활유 생산시설까지 수직계열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며 “연간 생산량은 18만 배럴”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다국적 에너지 기업 ‘셸’과 합작해 내년 하반기(7∼12월) 완공을 목표로 충남 서산시 대산산업단지에 윤활유의 원료가 되는 윤활기유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자동차 엔진오일 외에 중장비·산업기계용 제품도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 8월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IPIC)에서 현대중공업으로 경영권이 넘어온 이후 고도화시설(중질유 분해시설)을 건설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번 윤활유 사업 진출도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다.

국내 윤활유 시장은 연간 2조5000억 원 규모다. 시장 점유율은 GS칼텍스 17%, SK이노베이션 16%, 에쓰오일 12% 등 국내 정유회사가 45%를 차지하고 있다.

윤활유 사업은 정유회사의 대표적 캐시카우(수익 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원유 정제를 통해 얻는 마진은 평균 1% 수준이지만 윤활유는 20∼30%인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올해 2분기(4∼6월) GS칼텍스는 총 영업이익 938억 원의 54.9%인 515억 원의 영업이익을 윤활유 사업을 통해 벌어들였다. 에쓰오일 역시 윤활유 부문에서 전체 영업이익 996억 원 가운데 49.7%인 49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부문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를 통해 29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대부분의 매출은 수출에서 나온다. SK루브리컨츠와 GS칼텍스, 에쓰오일 모두 윤활유 제품 생산량의 60∼70%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2011년 윤활유 수출액은 22억1124만 달러(약 2조4330억 원)였다.

국내 정유회사들이 윤활유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후반 고도화시설이 늘어나면서부터다. 고도화시설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벙커C유나 아스팔트처럼 원유보다 싼 중질유를 다시 한 번 처리해 경유, 등유 등 경질유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다. 윤활유 원료인 윤활기유는 이 설비를 통과하고 남은 잔사유(기름 찌꺼기)를 활용해 만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 사업에 비해 윤활유 사업은 아직 마진이 높다”며 “윤활유의 최대 수요처인 유럽과 미국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는 만큼 국내 정유회사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