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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좌타자 요리법 터득” 추 “이틀 연속 대포 봤지”

입력 | 2013-09-04 03:00:00

한국인 투타 거물 류현진-추신수, 7일 두번째 격돌




《 LA 다저스의 ‘더 몬스터’ 류현진(26)과 신시내티의 ‘추추 트레인’ 추신수(31)가 다시 한 번 한국인 투타 대결을 벌인다. 류현진은 당초 5일(한국 시간) 콜로라도와의 방문 경기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을 7일 신시내티와의 방문 경기에 내보낸다”고 말했다. 5일 경기는 샌디에이고에서 방출된 뒤 다저스로 이적한 에딘손 볼케스가 선발 등판한다. 8월에만 4승을 거둔 류현진과 가을에 접어들며 타격감이 완연히 살아난 추신수의 맞대결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7월 28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첫 맞대결에서는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류현진이 판정승을 거뒀다. 》

■ 왼손타자에 강해진 RYU

후반기 체인지업 많이 던져… 피안타율-OPS 뚝 떨어져


류현진은 7일 등판에서 추신수(0.881)는 물론이고 제이 브루스(0.820)와 조이 보토(0.928)까지 OPS(출루율+장타력) 0.800을 넘는 왼손 타자 3명과 상대해야 한다. 류현진은 왼손 타자에게 약한 왼손 투수다. 왼손 타자 피안타율(0.268)이 오른손 타자 피안타율(0.246)보다 높다. 그러나 올스타 휴식기 이후(후반기) 3일까지 기록을 보면 왼손 타자 피안타율이 0.226으로 내려왔다. OPS 허용 역시 0.798에서 0.594로 낮아졌다.

이 같은 변화는 체인지업 덕분이다. 전반기에 류현진은 왼손 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았다. 동아일보에서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나온 투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류현진이 전반기에 왼손 타자에게 던진 체인지업은 15개가 전부였다. 비율로는 2%밖에 안 됐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이 비율이 14%로 7배로 늘었다. 후반기에 왼손 타자가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때렸을 때 타율은 0.100밖에 안 된다. 빠른 공은 여전히 0.320으로 높다.

이 좋은 체인지업을 왜 전반기에는 왼손 타자에게 던지지 않았을까. 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못 던졌다기보다 안 던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류현진이 국내 프로야구 경험을 토대로 왼손 타자에게는 커브와 슬라이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러다 메이저리그 왼손 타자에게 약점이 점점 노출되면서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허 위원은 “꼭 나중을 대비해 아껴뒀던 것처럼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했다. 류현진이 얼마나 슬기로운 선수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했다.

재미있는 건 류현진은 왼손 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던질 때 릴리스포인트(투수 손가락 끝에서 공이 떨어지는 지점)가 최대 20cm 정도 밑으로 내려온다는 것이다. 오른손 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던질 때도 팔각도를 내리지만 정도는 작다. 이 때문에 류현진을 상대하는 왼손 타자는 정통파처럼 속구를 던지던 투수가 갑자기 스리쿼터 형태로 체인지업을 던지는 생소함을 느끼게 된다. 류현진은 팔각도 탓에 구종이 노출될 우려가 있을 때는 공을 던지는 코스를 바꾸는 방식으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고 있다.

■ 19호 홈런 터뜨린 CHOO

‘20-20’ 홈런 1-도루 3개 남아… 좌투수에 약한 모습 극복해야


동아일보DB

메이저리그에 왼손 투수가 없었다면 단언컨대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가 되었을 것이다.

좌투좌타인 추신수는 오른손 투수 편식이 심한 타자다. 우완 투수라면 에이스건 아니건 가리지 않고 맹타를 휘두른다. 2일 미국 오하이오 주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상대 투수는 전날까지 15승을 올린 오른손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였다.

추신수는 1회부터 8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좌익수 앞 안타로 출루했다. 후속 타자들의 진루타로 3루를 밟은 뒤 라이언 러드윅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2-0으로 앞선 2회 1사 2루에서 터진 홈런이었다. 추신수는 웨인라이트의 가운데 높은 컷 패스트볼(시속 146km)을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쐐기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전날 콜로라도와의 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 시즌 19번째 홈런으로 생애 3번째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에 홈런은 1개, 도루는 3개만을 남겨두게 됐다.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올린 추신수의 맹활약 속에 신시내티는 세인트루이스를 7-2로 꺾었다. 추신수는 타율을 0.284에서 0.285로 올리며 3할 타율에 대한 희망도 이어갔다.

흥미롭게도 추신수는 올해 친 홈런 19개를 모두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만 터뜨렸다. 오른손과 왼손 투수 상대 시즌 성적을 비교해 보면 전혀 다른 선수인 것 같다. 3일 현재 오른손 투수를 상대해서는 타율 0.330에 OPS는 무려 1.036에 이른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성적이다. 이에 반해 왼손 투수 상대로는 타율 0.186에 OPS는 0.537밖에 되지 않는다.

추신수는 7월 28일 왼손 투수 류현진과의 첫 맞대결에서도 3번 타석에 들어서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오른손 투수가 왼손 투수보다 훨씬 많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왼손 투수를 극복해야 더 좋은 타자가 될 수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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