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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죽고 나서 7일간의 여정… 中 위화의 신작소설

입력 | 2013-08-31 03:00:00

◇제7일/위화 지음·문현선 옮김/304쪽·1만3000원/푸른숲




매일 오가던 집 앞 도로였다. 운전대가 갑자기 헛돌더니 차가 중앙선을 넘었다. 굴다리 콘크리트 기둥이 눈앞으로 밀려왔다. 죽음은 대개 살아오는 동안 따랐던 기준과 상식에 비추어 말도 안 되는 형태로 찾아온다.

첫 장 제목 ‘첫째 날’은 죽은 지 첫날을 뜻한다. 주인공 양페이는 부스스 눈을 떠 읽은 현관 앞 통지문이 이끄는 대로 어리둥절한 채 더듬더듬 화장터를 찾아가다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아 간다. 죽은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의식해 갈까. ‘인생’ ‘허삼관 매혈기’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 위화(余華·53)는 사고로 사망한 양페이가 낯선 상황을 납득해 가는 7일간의 여정을 차분히 쫓아간다.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는 찰나에 살아온 경험을 영화 필름 빨리 감듯 후루룩 돌아본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작가는 ‘이미 죽었는데 꼭 그렇게 서둘러 모든 것을 한목에 되짚어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듯 찬찬히 기억의 구석구석을 더듬는다. 꼭 소중한 기억부터 떠오르지도 않을 거라는 듯한 시각이다. 흐려지는 의식으로 문득 붙잡은 것이 말 한 번 나눠 보지 못했던 옆집 소녀나 단골식당 주인 얼굴처럼 어처구니없는 대상일 수도 있다.

사랑은 어떨까. 양페이는 짧은 세월 함께 머물다 떠나간 아내를 잠시 만난다. 아내도 며칠 전에 죽었다. 짐을 정리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던 기억과 처음 머리를 어깨에 얹어오던 날의 기억이 그에게는 똑같이 선명하다. 양페이는 문득 접한 아내의 사망 소식에 정신을 놓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아내가 “나 때문이구나. 미안해”라고 말하자 그가 답한다. “아니, 뉴스 때문이지. 당신 때문이 아니야.”

죽은 이들이 떠돌며 만나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 삶의 기억이다. 죽었다고 해서 다 좋은 기억이 되는 건 아니다. 슬픈 기억은 여전히 슬픈 채다. 작가는 죽은 뒤 먼저 잊혀지는 건 어쩌면 살아오는 동안 가장 간절히 붙들고 싶어 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양페이가 어린 시절 처음 기차를 타고 창밖을 내다보다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왜 가까이 있는 것일수록 빨리 사라지고 멀리 있는 것일수록 느리게 사라져요?”

아버지가 슬픈 목소리로 답했다. “모르겠구나.”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