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너벨과 신기한 털실맥 바넷 글·존 클라센 그림·홍연미 옮김/40쪽·1만1000원·길벗어린이
길벗어린이 제공
얼핏 그 작은 상자에 든 털실은 한 사람 옷만큼의 양도 되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옷과 강아지 마스, 동네 친구 네이트는 물론이고 학교 친구들에게 다 옷을 떠주고도 털실은 상자 안에 남아있습니다. 나무도, 동물들과 자동차까지 모두 애너벨의 솜씨에 행복해집니다.
그 상자가 중요한 물건이라 생각한 사람은 상자를 갖기만 한다면 그 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애너벨에게서 상자를 사려다 실패하니 훔쳐서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지요. 자기 손에 들어온 상자 안을 들여다봤자 아무것도 없는 건 당연합니다. 버려진 상자는 애너벨에게로 돌아옵니다. 그 상자도 털실도 사실은 상자를 발견한 애너벨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간결한 디지털 이미지가 따뜻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표현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정적인 듯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한 동물들도 재미있습니다. 무채색 공간을 따뜻하고 다채롭게 살려낸 그림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이들이 애너벨처럼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이 책을 권합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