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배우는 ‘구이의 정석’
19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의 화랑 오토캠핑장에서 차영기 대한아웃도어바비큐협회장 가족과 지인들이 돼지고기 바비큐 요리를 먹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안산=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것이 바로 ‘이상적인’ 바비큐 파티의 모습이다. 하지만 기자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바비큐 요리는 이런 ‘여유’ 하고는 거리가 좀 멀었다. 우선 번개탄으로 재빨리 피운 불이 활활 타오르면 그 위에 바로 고기를 올려놓는다. 메뉴는 주로 삼겹살. 이때부터 고기 냄새에 허기가 밀려온다. 급한 맘에 계속 불을 키우다 보니 고기가 타는 경우도 부지기수. 고기 기름이 불 위로 떨어지면 엄청나게 연기가 나면서 눈이 매워진다. 고기 뒤집기를 반복하다 좀 익었다 싶으면 바로 테이블로 보낸다. 굽는 중에 급하게 집어 먹기도 한다. 뭔가 바쁘면서 ‘이건 아닌데…’ 싶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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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에서 바비큐 요리를 시도하는 많은 사람이 아직도 직화(直火·고기가 불에 직접 닿게 해 굽는 것) 방식만 사용합니다. 하지만 직화로만 고기를 굽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두툼한 돼지고기 안심이나 앞다리를 직화로 구우려고 하면 겉만 타고 속은 안 익겠죠. 고기가 타면 벤조피렌이라는 발암 물질도 생깁니다. 가장 좋은 것은 불이 아닌 열로 익히는 것입니다.”
19일 경기 안산시에서 만난 차영기 대한아웃도어바비큐협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직화가 아닌 간접구이에 도전해 보길 권했다. 간접구이야말로 바비큐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이 쓰는 대표적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불붙은 숯을 그릴 아래에 양옆으로 갈라놓아 불이 고기에 닿지 않게 하고 열기만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고기를 올린 그릴 바로 밑(양쪽으로 놓은 숯 중앙)에는 기름 받침대를 깔아 기름이 불에 타는 것도 막는다.
차 회장은 바비큐 초심자에게 “고기 태우지 말라” “기름 태우지 말라” “온도 너무 높이지 말라” 등 3가지를 항상 강조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는 ‘절대 서두르지 말 것’을 꼽는다. 간접구이를 하면 고기를 불에 직접 굽는 게 아니라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많게는 6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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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숯을 달군다. 바비큐 마니아들은 굴뚝 모양의 침니 스타터(chimney starter)에서 숯에 불을 붙인 후 그릴 안으로 옮기는 방법을 많이 쓴다. 그리고 그릴의 온도를 맞춘다. 그릴은 간접구이가 가능하게 통이 넓은 것이 좋고 뚜껑이 있어야 한다. 온도는 뚜껑을 덮고 큰 통풍구(그릴 밑쪽)와 작은 통풍구(그릴 위쪽)를 조절해 맞춘다. 이때 온도계가 있어야 편하다. 160도 이상으론 높이지 말라는 것이 바비큐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릴속 양옆에 숯불놓고 열기로 구워… 돼지안심 익는데 2시간▼
돼지고기의 경우 안심은 2시간 이상, 등심은 4시간 정도, 앞다리는 6시간 이상 구워야 제대로 익는다. 고기가 익는 것을 기다리며 직화로 구울 수 있는 닭날개나 해산물, 채소, 과일 등을 구워 먹으면서 일행과 수다를 떨면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지 않다. 운동이나 게임을 하는 것도 좋다. 가끔씩 온도계를 확인해 그릴 안 온도가 100도 이하로 떨어지면 통풍구를 열거나 숯을 추가해 온도를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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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해야 즐겁다
바비큐 마니아들은 처음부터 지나치게 요리에 집중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바비큐 요리법은 세분하면 수십, 수백 가지나 된다. 양념하는 방법, 소스 바르는 방법, 적정 온도 맞추는 법, 훈연·훈제하는 법 등 ‘이렇게 하는 게 좋다’는 요리법이 말하는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입문자들에게 ‘레시피에 연연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 대신 꼭 지키길 강조하는 원칙은 있다. 바로 ‘좋아하는 사람 여럿과 함께 하라’는 것이다. 야외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먹는 바비큐는 어떻게 요리하든지 다 맛있다. 전문가들은 굽는 재미, 기다리는 재미,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재미를 모두 느껴야 바비큐의 참맛을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바비큐 요리 정보는 바비큐 요리 책이나 온라인 카페, 바비큐 용품 판매 사이트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자타공인 바비큐 마니아인 성창수 씨는 “바비큐 장비를 항상 자동차 짐칸에 싣고 다니고 주위에서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바비큐에 심취할 수 있었던 건 요리가 아닌 사람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비큐 장비를 챙기고 닦고 관리하는 것도, 그릴 위 고기를 대여섯 시간 기다리는 것도, 다음엔 뭘 구워볼까 고민하는 것도 모두 즐거움이고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안산=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