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저조해 수입 브랜드로 대체… 현대百 개최 패션포럼선 난상토론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저는 전투에 나선 소대장처럼 절박합니다. 이 ‘7분 능선’을 넘어 고지를 점령하려면 프로모션을 더 세게 해야 합니다.”(현대백화점 바이어)
“노(No) 세일 브랜드가 딱 한 차례 10% 할인 행사를 했다가 그때부터 망가졌던 일 아십니까.”(대형 패션업체 관계자)
14일 오후 서울 강동구 암사동 현대백화점 인재개발원. 현대백화점의 점포별 여성패션 팀장 및 바이어와 국내 주요 패션업체 임원들이 모인 조별 토론장에서 난상 토론이 벌어졌다. 점잖게 시작했던 자리는 어느덧 서로 목에 핏대를 올릴 정도로 후끈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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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현대백화점은 운영이 어려운 중소업체 브랜드들을 모아 ‘회생’을 논하는 포럼을 여러 번 진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호’ ‘오브제’ ‘타임’ ‘마인’ ‘미샤’ 등 국내 정상급 인기 브랜드들이 생존 방안을 찾겠다고 나섰다. 이재실 현대백화점 패션사업부 상무는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인기 브랜드들마저 해외 브랜드에 위협을 당하면서 위기의식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토론에서 “국내 패션 브랜드는 위에서는 해외 유명 브랜드와 수입 캐주얼 브랜드에 치이고, 아래에서는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에 시달리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불황으로 정체된 패션 시장에서 특히 국내 브랜드들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3년간 국내 패션 브랜드의 평균 성장률은 4.5%로 수입 라이선스(9.8%) 및 직수입(11.4%) 브랜드의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
이처럼 국내 패션 브랜드 매출이 저조해지자 신세계백화점은 국내 브랜드에 ‘퇴출 카드’를 꺼내드는 강수를 썼다. 서울 중구 충무로 본점 신관 리뉴얼을 진행 중인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최연옥’ ‘신장경’ ‘쿠아’ ‘올리브데올리브’ 등 국내 브랜드 50여 개를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공백은 주로 수입 캐주얼 브랜드들로 채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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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신세계백화점 퇴출 명단에 포함된 한 브랜드 관계자는 “매출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매장을 빼라는 것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강자와 약자의 ‘상생’ 움직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며 볼멘 목소리를 냈다. 반면 한 업계 전문가는 “백화점을 탓하기에 앞서 국내 브랜드 스스로 경쟁력을 찾으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권기범·김현진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