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2003년 5월 11일 7페이지에 걸쳐 1998년 인턴으로 입사한 블레어 기자의 기사 조작 사건을 자세히 보도했다. 2002년부터 2003년 4월까지 그의 이름으로 쓴 73개의 기사 중 37건에서 보지 않은 현장을 묘사하거나, 코멘트를 조작한 사례 등을 일일이 밝혔다. 세계 최고의 신뢰도를 자랑하는 신문사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전 세계 언론이 기자들의 윤리 규범을 재정비할 정도로 커다란 충격을 줬다.
촉망받는 스타 기자에서 하루아침에 몰락한 그는 퇴사 뒤 은둔생활을 하며 방황했다. 뉴욕의 한 커피숍 화장실에서 자살을 기도하는가 하면 불면증과 약물중독, 알코올의존증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는 3년 동안 수많은 정신과 상담을 거친 후 ‘조울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주변의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 온 세상으로부터 조롱받던 그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상처 극복을 돕는 일이었다.
“제 고객의 40%는 제 과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찾아옵니다.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인생의 경력에서 문제가 생겼거나 정신적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많아요. 사회적 이슈에 폭넓은 관심이 있는 사람도 정작 자신 내면의 문제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치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일입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환자들에게는 “구글에서 내 이름을 검색해 보라”며 자신의 약물중독과 직장에서의 실패담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는 스스로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차원에서 저널리즘 스쿨에서의 ‘안티 모델’ 사례 강의 요청에도 스스럼없이 나선다.
그는 “내가 내고 싶은 성과와 내 능력 사이의 갭 때문에 너무나 큰 고민을 했었다”며 “가장 후회되는 것은 내가 잘못을 깨달았을 때 왜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않고 그토록 오랫동안 거짓말을 하는 길을 택했느냐 하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또한 퇴사 후 1년 만인 2004년에 펴낸 회고록에서 자신을 뉴욕타임스 내 인종차별의 희생자로 묘사하기도 한 데 대해 “적어도 7, 8년 뒤에 회고록을 썼어야 했는데 너무나 성급했던 행동”이라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