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8일 발표할 예정인 세법 개정안에서 ‘종교인 소득도 과세 대상’이라는 원칙을 천명할 방침이다. 이어 내년 1월 내놓을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구체적인 과세 방식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종교인 과세는 1968년 당시 이낙선 국세청장이 필요성을 처음 거론했다가 종교계의 반대로 무산된 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론됐던 해묵은 과제다. 현행 국내 세법에 ‘종교인에게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는 조항은 없지만 관행적으로 비과세했다. 국회에서 법을 바꿀 필요도 없이 세법 시행령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과세할 수 있어 정부의 의지와 종교계의 협조만 있다면 큰 어려움 없이 시행할 수 있다.
종교인 납세를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움직임은 국내 종교계 내에서도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천주교는 이미 1994년 주교회의 결의를 통해 전체 16개 교구 중 영세교구와 군종교구 등 4곳을 제외한 12개 교구에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일부 개신교 교회와 사찰 등도 자진신고 방식으로 소득세를 내고 있다. 국내 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의 자승 총무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적정한 과세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부 목사 스님 등 국내 성직자는 36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법령상 납세의무가 생기더라도 소득이 적은 상당수 종교인은 사실상 세금을 내지 않거나 극히 소액만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종교인 과세를 통한 추가 세수(稅收) 규모가 연간 1000억 원 정도로 전체 세수 확대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한다는 점에서 종교인 과세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