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스타일 음반 ‘바로크 인 록’ 5000장 넘게 팔려 ‘골드 디스크’ 기록“자기만족적 음악 더이상 의미 없어… 대중과 호흡하는 엔터테이너 될 것”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의 취미는 인터넷 검색. 물음표가 생기면 그 답을 꼭 알아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란다. 가장 최근에 검색한 질문은 ‘중국집 계란탕 국물은 왜 노란색일까’라고. 유니버설뮤직 제공
유니버설뮤직의 크로스오버 레이블인 블랙데카를 통해 2월 발매한 이 음반에는 록으로 재해석한 비발디 ‘사계’, 헨델 ‘사라방드’, 파헬벨 ‘캐논’이 실렸다. 원곡에서 바이올린 파트의 음표는 고스란히 살리고 거기에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가 합세해 록의 열정을 빚어냈다.
연주자로서 박지혜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무대가 아니라 TV였다. 2011년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엄청난 속주로 연주하는가 하면 트로트 ‘무조건’을 신명나게 켰다. 당시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홈페이지 하루 방문자가 20만 명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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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머니가 바이올린 전공으로 독일에서 유학하던 중에 태어났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초등학교 시절을 고국에서 보낸 것을 제외하고는 독일에서 자랐다. 독일 정부 장학금으로 독일 마인츠 음대와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대학원을 마쳤다. 여러 국제콩쿠르에서 성적도 좋았다. 음악가로 탄탄대로가 펼쳐진 듯했지만 정작 그는 외롭고 공허했다. 날마다 캄캄한 방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의 복지시설에서 연주할 기회가 생겼고 자신의 연주에 감탄하는 이들을 보며 다시 일어났다. 음악의 마법 같은 힘을 혼자만 알고 있을 수 없었다. 올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세계적 지식 강연인 테드(TED)에 연사로 참가했다. “마음이 아팠던 시간, 교도소와 교회에서 연주했습니다. 그런 활동이 저를 짓눌렀던 감정들로부터 자유롭게 해줬어요. 저의 연주가 여러분을 치유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의 꿈은 ‘아이바이올리너(i-Violiner)’란다. 언제나 곁에 있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누군가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마음을 도닥여주고 함께하는 그런 음악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것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