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06년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로비와 함께 금품을 받은 정황을 잡고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자택과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했다. 전 씨는 2007년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죄로 실형을 살았다. 또 국세청 후배인 한상률 씨(17대 청장)에게 그림 ‘학동마을’과 함께 인사 청탁을 받은 혐의로 2년 전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아내가 한 일”이라는 전 씨의 석연치 않은 해명을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했다.
전 씨(16대)를 포함해 국세청장 자리를 거쳐 간 19명 가운데 8명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 현실적으로 국세청장에 대한 수사가 가능해진 1987년 민주화 이후부터 따지면 15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청장이 수사 대상이었다. 그중 안무혁(5대) 성용욱(6대) 임채주(10대) 전 국세청장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불법 선거자금을 거둔 혐의로, 손영래(13대) 이주성(15대) 전 국세청장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CJ 사건과 관련해서도 허병익 전 국세청장 직무대행이 국장 시절 미화 30만 달러와 고가의 시계를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허 씨는 달러와 시계를 당시 국세청장인 전 씨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국세청과 청장의 품격이 땅에 떨어졌다. 고위 간부가 뇌물을 주고받는 조직에서 어떻게 일선 세무공무원들이 깨끗하고 공정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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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씨에 대한 수사는 CJ그룹의 비자금을 수사하는 도중에 시작됐고, 비자금 수사는 2008년 CJ 재무팀장의 청부 살인 사건에서 비롯됐다. 손만 대면 새로운 비리가 불거지는 판이다. CJ그룹의 로비가 국세청에 한정되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CJ가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에게 대선 자금 수억 원을 건넸다는 진술도 나와 있다. 청부 살인 사건 이후 CJ 비자금의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기회가 적어도 세 번 있었지만 번번이 그냥 넘어갔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높은 불신을 털어내기 위해서도 한 점 의혹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