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국제음악제가 열리는 강원 평창군에서 26일만난 피아니스트 손음. 일본에서 ‘현대판 베토벤’으로 불리는 작곡가 사무라고치 마모루의 피아노 소나타 음반 녹음을 마치고 전날 귀국했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사무라고치는 일본의 스타 작곡가다. 일본 컬럼비아레코드에서 2010년 발매한 교향곡 1번 ‘히로시마’가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탄 뒤 올해 3월 NHK 다큐멘터리 ‘영혼의 선율-소리를 잃은 작곡가’에 나왔다. 80분짜리 대작 교향곡 히로시마 음반은 18만 장이 넘게 팔렸다.
그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를 입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피아노 교사인 어머니에게서 피아노를 배웠다. 고교 졸업 후 음대 작곡과에 진학하지 않고 육체 노동자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작곡을 공부했다. 조성(調性)을 거부하는 현대음악 작법이 싫어서였다. 실직으로 집세를 내지 못해 노숙자로 지내기도 하고, 도로 청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기도 했지만 작곡은 멈추지 않았다. 어려운 생활 가운데 1990년대 말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오니무샤’의 음악으로 주목을 받았다.
손열음은 그를 두고 “피아노가 고향 같은 작곡가”라고 했다. 당초 피아노 협주곡을 쓰려고 했던 사무라고치는 자신의 작품을 연주할 피아니스트를 찾고 있었다. 손열음은 일본 매니지먼트 회사를 통해 “작곡가를 한 번 만나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작곡가의 요코하마 집에서 그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을 들었다.
청각장애 작곡가 사무라고치 마모루(왼쪽)가 손열음이 연주하는 피아노에 왼손을 대고 음을 느끼고 있다. 손열음은 “피아노를 작곡가와 함께 골랐는데 진동만으로 사운드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해낸다”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손열음 일본 투어 홈페이지
사무라고치는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를 위해 쓴 10분 길이의 ‘레퀴엠’을 40분짜리 피아노 소나타로 새로 썼다. 진혼곡은 작곡가가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미야기(宮城) 현 이시노마키(石卷) 시에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소년을 위해 작곡한 것이다.
사무라고치는 이 피아노 소나타 2번을 손열음에게 헌정했다. 손열음은 최근 일본 도야마(富山) 현의 1000석 규모 시민회관에서 사무라고치의 피아노 소나타 1번과 2번을 녹음했다. 이 음반은 10월 일본 컬럼비아레코드를 통해 나올 예정이다.
손열음은 새 음반 수록곡으로 9월 16일 요코하마 미나토 미라이홀에서의 첫 리사이틀 이후 일본 투어가 줄줄이 잡혀 있다. 10월 13일 도쿄(東京) 오페라시티 콘서트홀, 10월 26일 아이치(愛知) 현 예술극장 콘서트홀, 내년 4월 오사카(大板) 이즈미홀…. 일본 투어 홈페이지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서 50여 회 연주회가 예정돼 있다.
하반기에는 중국에도 진출한다. 손열음은 올해 초 중국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 상하이(上海)와 베이징(北京)에서 독주회를 열고, 광저우(廣州) 심포니, 독일 NDR 오케스트라와 협연도 한다.
손열음은 8월 3일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피아니스트 김다솔과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축약판)을 듀오로 연주한다. 이후에는 한동안 국내 무대에서 그를 보기 어렵게 됐다.
평창=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