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이런 ‘상식’을 24일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깼다. 그는 중국과의 2013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20일 호주전 선발 멤버 중 9명을 바꿔 투입했다. 선수를 선발해 훈련을 시키고 처음 투입하는 선수가 일반적으로 ‘베스트11’로 불린다. 홍 감독으로선 호주전이 성인대표팀 데뷔전이었다. 0-0으로 비겼지만 최상의 조합으로 화끈한 공격축구를 보여줬다. 따라서 9명이 바뀐 중국전 멤버는 사실상 1.5군, 아니 2군에 가까운 선수들이었다. 그런데도 홍 감독은 “우리는 미래를 준비한다”며 골과 승리보다는 선수 옥석 가리기에 집중했다. 다시 0-0. 골 결정력 부재가 또다시 부각됐지만 홍 감독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홍 감독의 이런 결정에 대해 “과정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이란 최종 목표를 향해 가는 준비 과정에 대한 자신감이란 얘기다. 김 교수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때 ‘오대영’이란 별명을 얻었다. 평가전에서 0-5로 자주 져서 나온 것이다. 본선 결과는 어땠나. 아시아 사상 첫 4강 신화를 만들었다. 홍 감독도 지금 현재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본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홍 감독의 선발 전면 교체 효과로 “벤치 멤버에게도 ‘나도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대표팀에 뽑히고도 베스트11에 들지 않으면 훈련만 하다 소속팀으로 복귀해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에 빠질 수 있었는데 사실상 전원 경기 출전으로 대표팀 모두에게 ‘나도 대표팀에 공헌했다’는 자부심을 키워줬다는 분석이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