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실종 5명 모두 시신으로… 사설 캠프 안전불감 속속 드러나
억장 무너지는 모정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가 실종된 공주대사범대부설고 김동환 군의 어머니(왼쪽)가 19일 충남 태안군 안면도 사고 현장에서 실종된 아들을 생각하며 바닷가를 헤매고 있다. 어머니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4시 55분경 김 군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태안=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거센 갯골과 파도에 스러진 꽃다운 청춘
헬기는 바다 위에서, 해경 경비정과 고깃배는 바닷물을 헤치며 해역을 샅샅이 뒤졌다. 실낱같은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바닷가에서 시신이 떠오를 때마다 유족들은 통곡했다. 19일 오후 7시 15분 이병학 군을 마지막으로 실종됐던 고교생 5명 전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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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10명씩 줄줄이 들어갔다. 구명조끼는 없었고 교관은 2명뿐이었다. 교관이 ‘깊이 들어간 뒤 걷거나 수영해서 오라’고 말했다. 그때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물살이 크게 몰려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나도 허우적댔다. 발이 땅에 닿았다 안 닿았다 했다. 뒤에서 누르고 그랬다. 서로 누르고 발버둥치며 난리가 난 거다. 나는 친구를 업고 앞의 친구 손을 잡아서 살았다. 그 손에 둘이 산 거다. 나와 보니 교관 두 명이 열중쉬어를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갯골은 워낙 깊어 수영에 능숙해도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정동조 한국구조연합회 충남본부장은 “이 해수욕장에는 사고지점을 포함해 갯골이 2개나 있다”며 “장비를 갖춘 숙달된 다이버들도 갯골에 빠지면 물살이 빨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산소방서 태안군 의용소방대연합회원인 오창 씨(횟집 운영)는 “사고 당일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높아 어선들도 출어를 포기했는데 그런 훈련을 왜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현돈 태안군 해수욕장연합회장은 “사고 전날 폭우에 파도가 높아 해병대 캠프에 (훈련) 자제를 요청했는데 캠프 측에서 ‘업체에서 하는 일을 왜 개인이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 너희나 걱정하라’고 비아냥거렸다”고 밝혔다. 태안해경은 “사고 해역은 물살이 빨라 수영을 하지 말도록 계도하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지만 ‘수영금지’ 부표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 불감증은 마찬가지였다.
캠프 측은 사고가 발생한 지 30분 넘도록 신고조차 하지 않고 우왕좌왕했다. 태안해경에 실종신고가 접수된 것은 오후 5시 34분경이었다. 학교 측은 18일 오후 7시경 실종된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아이들이 무단이탈했다가 실종됐다’는 어처구니없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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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는 예고된 재앙이었다. 공주사대부고는 올해 2월 한영을 방문했을 때 상세한 교육프로그램이나 교관의 자격증 소지 여부 등은 확인하지 않았다. 한영 소속 교관 32명 가운데 인명구조자격증 소지자는 5명, 1, 2급 수상레저자격면허소지자는 8명뿐이었고 대부분이 정식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은 아르바이트 사원이었다. 17일 현재 2개 학교가 입소해 캠프는 정원(350명)을 채웠지만 구명조끼는 200벌에 불과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교관 2명은 인명구조자격증이 없이 이번 캠프를 위해 채용된 교관 경험이 전혀 없는 초심자였다. 경찰은 두 교관과 훈련본부장 이모 씨(44) 등 3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고를 낸 사설 해병대 캠프는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지 못했는데도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에 올라와 있었다.
태안=지명훈·김성모 기자·이은택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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