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자 국가대표팀 알베르토 자케로니(60) 감독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졸전 이후 불거진 ‘경질설’을 의식한 모습이었다.
자케로니 감독은 대표팀을 구성할 때 일본 J리그 선수들을 홀대하고 해외파만 중용한다는 이유로 일본 축구계와 대립 각을 세우고 있었다. 2013 동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한국에 입성한 후에도 쏟아지는 질문에 “할 말 없다”며 취재진을 매몰차게 뿌리쳤던 감독은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불편한 표정이었다.
그래서일까. 인터뷰에서 대답이 상당히 긴 것으로 정평이 난 그이지만 이날만큼은 짤막한 대답에 그쳤다. 지금껏 “자케로니 감독 체제로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고 여러 차례 비난해온 일본 기자들의 질문도 예상과 달리 지극히 평이했다.
-대회에 임하는 소감은?
“흔치 않는 시기의 국제 대회라고 생각한다. 훈련 시간도 부족한데, 이런 기회를 통해 훈련할 수 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양한 상대를 만날 수 있다. 좋은 대회다.”
-대표팀 구성이 (국내파 위주로) 이색적이다. 소속 팀이 같은 선수들을 중용하겠나.
“같은 소속이라 할지라도 포지션과 플레이 등 유기적인 플레이에 있어 한계가 있다. 우린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일본 스타일을 지키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충분히 일본 축구도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다. 주장 선임에 많이 놀랐지만 평소처럼 경기에 임하겠다.”
-100% 전력이 아닌데, 한국전은 어떻게 치르겠나.
“축구는 결과를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동기부여가 된다. 선수 구성은 많이 바뀌었지만 팀 단결력을 볼 수 있는 기회다. 한국은 기술적으로, 체력적으로 높다. 지금껏 3차례 한일전(2무1패 한국 열세)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모두 어려운 경기였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